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김대식 지음 / 민음사
인문과 과학의 통섭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가장 명쾌하게 응답 중인 뇌과학자 김대식(사진) 카이스트 교수의 책에 대한 책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흔한 예상과 예측을 흥미롭게 비껴간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서 저자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다는 책들을 그저 동양과 서양, 철학과 과학, 신화와 역사, 한국과 세계 그리고 저 먼 우주를 종횡무진 오가는 깊은 성찰을 끌어내는 모티브나 출발점으로, 사유와 사유 사이를 건너가는 중요한 징검다리, 때로는 사유의 결론으로 슬쩍 드러내는 정도에 그친다.
이런 독특한 자세가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이런 말들을 들려줬다. 원본과 복제, 오리지널과 카피, 질문과 정답.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고 책 리뷰나 신문, 인터넷에 난 요약을 읽고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리지널이 아니라 복제된 카피다. 남이 요약한 것을 읽고 어떻게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가. 책을 소개하는 책은 무의미하다. 내가 아무리 잘 써도 사르트르나 베케트보다 잘 쓰겠냐. 그래서 책 내용은 안 썼다. 나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일종의 책 광고이다. 다만 1970, 1980년대의 후진국식 광고는 물건을 직접 소개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고도화되면 물건을 직접 소개하지 않고 분위기를 띄운다. 내 책이 아니라 내가 소개한 그 책을 읽으라고 세련되게 광고하는 거다. 유혹한 거다.”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넛지(nudge)’인줄 알았는데 상당히 적극적인 유혹이다.
책은 그의 의도를 정확하게 실행한다. ‘진짜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역사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두려움과 사랑, 이 모두가 허상일까’ ‘무엇이 가장 큰 행복일까’ ‘함께 홀로의 길을 고민하라’ ‘존재의 끝이 있음을 생각하라’ ‘삶의 두려움을 전율로 바꿔라’ 등 누구나 생각해봄 직한 질문과 생각거리 32개를 던지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
그가 사이사이에 언급하는 책은 보르헤스, 랭보, 사르트르, 제임스 조이스, 카프카, 베케트 같은 문학의 고전부터 역사, 철학, 과학책까지 다양하게 뻗어간다. 게다가 추천 리스트의 상당 부분은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다. 독일 여성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의 소설부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영화 ‘매트릭스’ 같은 시뮬레이션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던 옥스퍼드대 철학과 닉 보스트룀 교수의 ‘초지능(Superintelligence)’, 프랑스 석학 피에르 브리앙의 ‘알렉산드로스 그늘 아래의 다리우스(Darius in the Shadow of Alexander)’, 세계 최고 전쟁사학자 아자 가트 교수의 ‘문명과 전쟁(War in Human Civilization)’, 예일대 윌리엄 괴츠먼 교수의 ‘모든 것을 바꾸는 돈(Money Changes Everything)’까지 다양하다. 이들 대부분은 1, 2년 사이에 나온 신간으로 아직 만나지 못한 책이기에 책이 가하는 지적 타격과 충격은 꽤 신선하다.
그러면서도 책의 한 챕터 당 길이는 짧고 글은 술술 읽히도록 흥미로워 지하철에서 흔들리며 간단하게 읽으면서, 여기에서 출발하는 삶의 크고 작은 고민과 근본적 문제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표현을 쓰자면 인문학적 가성비가 매우 높은 책이다.
그는 이런 자신의 책을 설거지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작업에 비유했다. “한국이 세계 경제 10대국임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요리를 하지 않고 남들이 다하고 남은 설거지 연구만 하고 있다. 새로운 질문이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는 남들이 이미 깔끔하게 정리한 앨범의 사진을 다시 정리한다.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정답에만 집착한다. 이 책은 정답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질문을 하게 하는 책, 자신이 갖고 있었는데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는 트리거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는 우리가 삶 속에서 질문을 떠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탐험, 사람과의 대화 그리고 책. 하지만 한국에선 상상력과 호기심의 부재로 탐험가가 없었다고 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탐험은 비용도 비싸다. 사람과의 대화가 좋긴 하지만 좋은 대화 상대를 만나기 어렵고, 이 사람이 아니다 싶어도 중간에서 이야기를 끊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니 탐험처럼 비용이 들지도 않고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시작하고 끊을 수 있는 책이야말로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읽는 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주는 책. 2017년 저녁, 편안하게 거실에 앉아서 2000년 전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니, 남의 머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니. 어마어마하지 않나.”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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