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생 / 글로아 스타이넘 지음, 고정아 옮김 / 학고재

저자는 현대 페미니즘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국의 여성 운동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부 남성들은 저자의 이름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남성을 적대시하는 여성주의운동 전사라고 여기는 탓이다. 스타이넘의 회고록인 이 책을 읽으면, 그 편견을 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 개념 없이 모든 사람이 포용력 있게 ‘다름’을 인정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 그것이 스타이넘의 지향점임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고록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독톡한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유랑하는 어린 시절을 이끌어준 아버지, 민주주의가 양치질처럼 일상임을 가르친 어머니, 여성정치회의를 만들어 미국 정치사를 바꾼 벨라 앱저그, 인디언 여성족장, 인도의 기차 칸에서 만난 여성들, 뉴욕의 택시 기사 등. 역사적 사건의 중심인물뿐만 아니라 여행 중에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큐레이터를 자처한 스타이넘이 자신의 인생 여정을 꾸며 준 이들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누가 누구를 수직적 위계로 억누르지 않고, 둥그런 원으로 연결된 민주적 삶에 대한 희망.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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