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0돌… 글로벌 기업 도약
社內에 수평적 조직문화 着根
1997년 3월 27일 태평양그룹 주력계열사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 ㈜태평양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열흘 전인 18일 취임했던 서경배(사진) 대표이사 사장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34살의 2세 경영시대를 열 CEO여서 대내외의 주목도는 컸다. 당시 경제 상황은 굴지의 대기업인 한보, 삼미 등의 부도 사태가 보여주듯 혼미했다.
서 사장은 이날 “화장품 시장이 조기에 개방돼 세계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리를 배웠다”며 “품질, 서비스, 브랜드의 힘으로 경쟁하겠다”고 당찬 포문을 열었다.
태평양에서 사명을 바꾼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이끈 지 만 20년을 앞둔 서 대표이사 회장의 도전과 성취, 과제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1997년 수입 화장품 공세 등으로 고전하던 아모레퍼시픽은 20년 만에 매출액 6조 원대 후반, 영업이익 1조 원대의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서 회장은 선대인 장원(粧源) 서성환(1923~2003) 회장이 일군 가업을 성공적으로 키웠고, 세계 12위의 글로벌 뷰티기업으로 올라섰다. 올 연말에는 용산에 지상 22층, 지하 7층 규모의 신사옥도 선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성공적인 수성과 확장의 비결은 ‘모든 문제의 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서 회장의 고객 중심적인 경영 철학과 매년 평균 매출액의 3% 안팎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얻고 있는 품질 제일주의로 요약된다. 아모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미(美)와 건강사업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도 전화위복이 됐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착근시키면서 사내에서 ‘서경배 님’으로 불리는 서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외환위기도 최초, 최고의 역사를 쓰고 있는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설화수’ 등 당시 탄생한 자랑스러운 브랜드와 함께 극복했다”고 술회했다. 또 기본으로 돌아가 창업정신을 되새기고 혁신의 DNA로 무장한다면 모두가 두려워하는 지금의 변화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주년이지만 별도의 외부 행사는 없다”며 “(서 회장이)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기인 만큼 평소 주창한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의 디딤돌을 어떻게 놓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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