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치학

중국 주(周)나라의 창업공신인 강태공은 병법서 ‘육도(六韜)’에서 “(나라의) 화복(禍福)이 임금에게 있지, 천시(天時)에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최고지도자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나라의 화복을 좌우한다는 점에 있어서 오늘날 한국의 대통령도 옛 군주에 못지않다. 주요 정책 결정권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되는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중요성은 어쩌면 옛 임금의 그것을 능가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때 이르게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금 우리는 어떤 기준에서 이처럼 중요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까? 여기서 주의할 것은 바람직한 대통령상은 일반적인 자질, 즉 언제 어디서나 통용되는 덕목에 의해서 규정되기도 하지만 시대적 요구나 상황적 여건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데 있어 첫 번째 기준은, 북한 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이다. 북핵(北核)은 우리의 성취는 물론이고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햇볕정책과 같은 유화책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이상 차기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한 채 미봉책만 내세우는 후보는 최우선적으로 선택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두 번째 기준은 얼마나 건전한 경제 공약을 내거는가이다. 성장보다 더 나은 복지 정책은 없다. 성장을 하게 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그 결과 분배도 개선될 소지가 크다. 성장은 규제 혁파를 통해 민간 부문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때 가능하다. 공공 부문의 지출과 고용을 확대하는 정책은 동족방뇨(凍足放尿) 격으로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은 민간 부문의 투자를 구축(驅逐)함으로써 성장을 해칠 우려가 있다. 성장 문제는 뒷전으로 한 채 복지의 확대만 약속하는 후보는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기준은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비전을 얼마나 보여주는가이다.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궁극에는 국민의 동참과 협조가 필요하다. 비전은 바로 국민이 신바람이 나서 움직이게 하는 추동력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데서 비롯됐다. 그 결과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크고 작은 기득권에 매달리고 젊은이들은 안정된 직업만 찾는다. 미래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제쳐 둔 채 과거의 잘잘못만 가리려 드는 후보는 피해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살필 것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얼마나 포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이다. 대통령의 경우 정말 중요한 것은 개인의 리더십이 아니라 팀 리더십이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한 데 모아 최고지도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함으로써 개인으로는 불가능한 완벽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다. 순자(荀子)의 중니(仲尼)편에 보면 춘추5패의 으뜸을 차지하는 제(齊) 나라 환공(桓公)이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인물임에도 패망하지 않고 오히려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관중이 나라를 위탁할 만한 인물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한때 자신의 생명을 노렸던 관중을 중부로 불러 존중했기 때문이라 쓰고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실패한 것도 상당 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을 가린 탓임을 상기한다면 편협한 인사의 우려가 있어 보이는 후보는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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