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집권 성공하더라도
보수층에서 불복할 가능성”
“대선후 패권주의 이어지면
양극단 결집에 중도층 위축”
“투표율 낮고 정책경쟁 실종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 생겨”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로 날아야 할 한국 사회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거치며 한쪽 날개의 사실상 괴멸사태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보수의 견제를 받지 않는 진보의 독주는 곧 대선에서의 보수 성향 유권자의 대거 투표 포기에 저조한 투표율, 이에 따른 차기 정부의 정당성 논란, 차기 정부 국정 운영 과정의 편향성 우려와 보수-진보 진영 간의 극단적 대립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견제 없는 집권이 견제 없는 독주가 될 때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치세력이 ‘선’이라는 이름으로 ‘악’을 척결하는 독주가 예상된다”고 했다. 실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당선 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간 쌓인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신 교수는 “심지어 나치도 과거에 대해 ‘극복’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민주당이 적폐에 대한 기준 없이 ‘완장’을 차고 이를 청산하겠다고 하면 곤란하다”며 “이를 막기 위한 대등한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민주당이 무난히 집권에 성공해도 보수층에서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며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세력이 승복하지 않은 채 계속 저항하면 집권 후에도 불안한 정국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제3 지대가 계속 지지부진하고 친문(친문재인) 패권이 대선 후까지 이어진다면, 과거처럼 다시 양 극단이 결집하고 중도층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슈 중심의 정치 패러다임 변화라는 모처럼의 호재를 놓치고, 영호남 대결과 같은 과거 패러다임으로 회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자칫 정책 경쟁이 실종되고, 국민의 알 권리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예 선거에 관심을 잃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에도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당내 경선이 마치 본선처럼 간주되고, 실제 본선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이런 경우 각 후보의 정책, 선거의 목적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떨어지기 쉽다”고 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도 “투표를 하나 마나 할 상황이 되면 투표 효과에 대한 의문을 가진 유권자들이 늘어나 투표율이 저조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 저조한 관심 속에 탄생한 정권에 대한 정당성 문제도 남는다. 양 명예교수는 “유권자들이 선택의 여지를 갖고 더 좋은 후보를 뽑아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며 “그 후보가 정말 좋은 후보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정권에 대한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보수의 견제가 위축되면서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이념스펙트럼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들이 예전 같으면 보다 진보적인 정책과 구호를 내놨을 텐데, 지금 보수 견제가 없다 보니 오히려 우클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의 독주는 곧 진보의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큰 표차로 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세론을 끝까지 관철해 당선됐지만, 당내에서는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당시 후보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를 끌어안지 못하면서 국정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민주당이 자칫 2007년 이명박정부의 과오를 되밟을 수 있다”며 “야권의 견제를 받지 못하고 탄생한 정권에서는 내부 분열이 일어나기 쉽다. 민주당 독주가 곧 당내 민주주의 저하, 당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병철·이근평·김다영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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