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서 쪽잠·길에서 밥 먹는데
집회관리때마다 ‘동네북’ 취급


“집회 관리보다 심한 욕설과 폭행에 시달리는 등 ‘동네북’ 신세가 되는 게 더 괴롭습니다.”

경찰이 친박(친박근혜) 단체들의 ‘탄핵 불복집회’ 등으로 국론분열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큰 피로감과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탄핵 반대시위까지 관리하는 과정에서 격무와 폭언·폭행 등에 시달리며 부상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찰관이 급증하고 있다.

15일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박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서 양측 다툼과 불의의 사고 등을 막기 위해 매주 약 2만 명(서울 기준) 안팎의 경찰병력이 투입됐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파면 뒤에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인근에 탄핵 불복집회가 이어지고 있어 4개 중대(320명)∼10개 중대(800명) 병력이 꾸준히 동원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앞으로 대규모 노동계 집회가 예상되고, 대통령 선거 관리와 일상적 치안활동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에 경찰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관들은 수개월 동안 휴일까지 반납하고 일해 왔지만, 탄핵 찬반 양측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폭언·폭행까지 당하는 실정이라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4개월 동안 옷을 갈아입을 때 빼고는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며 “그렇게 일했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건 집회 참가자들의 욕설과 폭행뿐이었고 일부 동료들은 다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 관계자도 “탄핵 인용 당일 입건된 50건의 사건 처리를 위해 5일간 아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집회 동원뿐만 아니라 사후 입건 절차까지 업무량이 곱절로 늘어나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에 동원됐던 한 의경은 “버스에서 쪽잠을 자고 밥도 길바닥에서 먹는 일이 흔하다”며 “할아버지뻘 되는 참가자들이 심한 욕을 하고, 우리를 범죄자처럼 취급해 너무 속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와 관련,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 참가자들이 준법정신을 지켜 행사를 진행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정치인들도 법치에 따라 이제는 탄핵 결과에 승복하자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던져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영·김성훈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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