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일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광역자치단체 최초 경남도 채무제로 선포식’에서 감사관실, 재정점검단, 예산담당관실 등 채무제로 달성에 기여한 도청 공무원들이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1일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광역자치단체 최초 경남도 채무제로 선포식’에서 감사관실, 재정점검단, 예산담당관실 등 채무제로 달성에 기여한 도청 공무원들이 축하를 받고 있다.

- ⓛ 경상남도

자치단체중 처음으로 채무제로
부동산 매각 등 쉬운 방법 아닌
행정·재정 개혁으로 일궈 성과

단체장 공약·국책사업 등으로
15년간 年 1000억씩 빚 늘어
2013년엔 1조3400억 까지

빚내 빚갚는 악순환 고리 끊자
민자사업·출연기관 일제 정리
획기적 채무 탈출, 모범사례로


‘채무제로’ 달성에 성공한 지방자치단체가 해마다 늘고 있다. 가계부채 1300조 원, 정부채무 600조 원 시대와 대비되는 성과다. 민선 6기를 거치는 동안 표심을 의식해 우후죽순 펼치던 대형 선심성 사업은 줄어들고 빚과 이자도 재정개혁으로 갚아가면서 재정 건전성이 점차 확보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과 이로 인한 중앙정부의 부재 사태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은 풀뿌리처럼 단단하게 지역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치단체 덕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채무제로를 달성해 건전재정 체질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전국 광역·기초 자치단체를 찾아 빚을 갚은 과정과 비결, 향후 재정운용 방향 등을 차례로 들어본다.

경남도는 지난해 6월 예산규모가 큰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채무제로를 달성했다. 복지예산 증가와 선심성 사업 등으로 2013년 1조3400억 원까지 치솟았던 빚을 3년 만에 모두 갚은 것이다. 특히 경남도의 채무제로 달성은 하루 이자만 1억 원을 내고 있던 상황에서 부동산 등 자산매각이 아니라 축제 및 산하기관·기금의 구조조정 등 행정·재정 개혁을 통해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15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기초·광역단체 채무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증해 2010년 총 28조9900억 원에 달한 후 2014년부터 조금씩 감소해 2015년 27조9457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채무가 많은 곳은 서울(5조5060억 원), 경기(3조8646억 원), 인천(3조2205억 원), 부산(2조7533억 원), 대구(1조7239억 원) 순이다. 기초단체 중에서는 창원(2711억 원)이 가장 많고 전주(1787억 원), 구미(1711억 원), 청주(1622억 원)가 뒤를 이었다. 이와 동시에 채무제로 달성 지자체도 2013년 57곳에서 2015년 70곳으로 늘었다. 경남도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빚을 갚아 2015년 말 6498억 원의 채무를 안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 어떻게 늘었나 = 경남도 채무는 지난 15년간 매년 500억∼1000억 원씩 증가했다. 2004년 채무는 2460억 원에 머물렀으나 2007년 3691억 원, 2010년 7659억 원, 2013년 1조3488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채무가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단체장들의 공약사업 추진, 대형 국책사업 및 민자사업의 도비 부담 증가 때문이었다. 특히 마창대교, 부산~가덕도를 잇는 거가대로 접속도로를 건설하면서 1088억 원, 국도와 지방도 확·포장에 4545억 원의 빚을 내야 했다. 또 통합관리기금 차입(1950억 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기반시설(883억 원) 조성 등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했다. 더욱이 2010년 이후 통합창원시 출범과 함께 김해시 인구 50만 명 돌파로 이들 시에 주는 재정보전금이 1000억 원 이상 증가했고, 출자·출연기관 방만 운영과 복지사업 지출 대폭 증가가 겹치면서 재정을 압박했다. 세수가 확보되면 차입금을 줄일 수 있었으나, 2012년 이후 부동산 거래 감소와 리스 차량 등록감소로 2년간 세수가 6400억 원이나 격감하면서 재정악화를 부채질했다.

◇채무 어떻게 갚았나 =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지사는 ‘빚 내서 빚 갚던’ 악순환을 끊겠다며 재정 건전화를 도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듬해 1월 1조3488억 원의 채무를 50% 감축하겠다는 ‘채무감축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재정점검단을 가동해 고강도 재정분석(재정개혁)에 들어갔고, 도청 감사과의 권한을 활용해 출자·출연기관 조직진단, 복지예산 감사(행정개혁)에 착수했다. 도는 이를 통해 민자사업 재구조화,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기금 일제 정비, 사회복지 분야 누수 차단, 사업 구조조정, 신규사업 심사 강화 등 차별화된 정책수단을 구사했다. 또 전임 도지사들이 도의원 1명에게 20억 원씩 주던 선심성 예산(1000억 원)도 과감히 없애고 전액 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 가운데 거가대로 재구조화는 대표적 세출절감 사례로 꼽힌다. 거가대로는 민간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입(MRG)을 보장해주는 방식이었으나, 협약을 2013년 11월 비용보전방식(SCS)으로 변경해 향후 37년간 5조8600억 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두게 만들었다. 또 방만 운영으로 경남도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던 출자·출연기관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연간 운영비 75억 원을 절감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누적부채와 부실경영으로 연간 60억~70억 원의 적자를 내던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도 했다. 사회복지단체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벌여 지원금 147억 원을 환수했고, 지난해에는 각종 기금의 재정 상태와 운영 성과를 분석해 기금 19개 중 12개를 폐지하는 일제정비를 통해 1377억 원을 채무 조기상환에 활용했다.

박찬우 세금바로쓰기 납세자운동본부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장을 선거로 뽑다 보니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이나 일회성 축제 등으로 예산낭비 사례가 많은데 경남도는 광역자치단체 중 다양한 예산 절감 노력을 거쳐 획기적으로 채무제로를 달성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며 “특히 지자체는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있는데, 경남도 사례는 그런 국민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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