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구입한 부산 카페서
주말 오후되면 남편과 노래
손님과 세상 얘기도 나누고
제 인생 자체가 무대고 파티”
“‘꽃밭에서’ 부르며 50년간 꽃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반세기를 가수로 살아온 정훈희(사진)는 자신의 인생을 ‘꽃길’에 비유했다. 찬찬히 훑어보니 정훈희의 히트곡 리스트에는 ‘꽃밭에서’를 비롯해 ‘꽃길’, ‘꽃피고 새울면’ 등 유독 꽃을 소재로 한 노래가 많았다.
“가수의 인생이 노래 제목 따라간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50년간 꽃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평생 노래를 불러왔지만 난 여전히 무대에 설 때 설레고 희열을 느껴요.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난 가수로 살 거예요.”
지난 1967년 만 15세 나이에 데뷔한 정훈희. 당시 그는 숙부가 악단장으로 일하던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 무대에 올라 팝송을 부르다 작곡가인 고 이봉조의 눈에 띄어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로 대중을 매료시킨 정훈희는 자신의 대표곡으로 ‘꽃밭에서’ 외에 ‘안개’와 ‘무인도’를 꼽았다. ‘안개’가 그를 스타덤에 올려준 데뷔곡이었다면, 1981년 발표한 ‘꽃밭에서’는 대마초 파동과 스토커에게 폭행당한 충격으로 6년간 공백기를 가지던 그가 가수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곡이었다.
“‘안개’와 ‘무인도’로 각각 도쿄국제가요제와 칠레국제가요제에서 상을 받았어요. 그때는 ‘한류’라는 말도 없었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가 하나도 없을 때라 사람을 수출하던 시기죠. 그때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한국을 알렸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있어요. 그때는 이런 노래를 통해 한국을 소개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이 정훈희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하게 만든 노래가 됐으니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정훈희는 데뷔 5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오는 25일 서울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에서 열리는 ‘정훈희 데뷔 50주년 콘서트 with 송창식’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기념 공연을 이어간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송창식을 비롯해 윤형주 등 남자가수들과 함께 부른 부른 노래를 새롭게 편곡한 노래를 발표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트윈폴리오(송창식 윤형주)도 저랑 데뷔 시기가 비슷해요. 앨범 낸 시기로 따지면 제가 좀 선배죠.(웃음) 그래서 옛날부터 함께 노래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50주년을 맞아서 함께 해보자고 했어요. 10년 전 40주년 앨범을 내며 부른 ‘연가’가 마지막 신곡이었는데, 이번에도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기 보다는 주목받지 못해서 참 아까운 곡들을 다시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스케줄이 없을 때 정훈희는 부산 기장의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30년 전 구입 후 리모델링을 반복하며 가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카페다.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정훈희를 좋아하는 전국의 팬들이 모이는 그곳, 이 카페의 이름도 ‘꽃밭에서’다.
“주말 오후 3시가 되면 남편인 가수 김태화 씨와 함께 1시간씩 노래를 불러요. 전국 각지에서 온 40~70대 손님들이 곧 관객이 돼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죠. 그렇게 사는 제 인생 자체가 무대고, 파티예요. 가수로서 이만한 인생이 또 있을까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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