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는 중국에서도 화제였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자 중국 CCTV는 이례적으로 중국 국내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기자회견 중계를 일부 끊고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서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는 길 역시 한국 뉴스 채널 화면을 그대로 받아 생중계했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으로 파면됐다는 소식을 속보로 알게 된 중국인 지인들과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꽤 있었다. 마침 온라인에서는 문화대혁명 시대를 연상케 하는 극단적인 ‘한국 배척’ 및 ‘롯데 보이콧’ ‘한국 혐오’와 관련한 무법 행동과 선동 글이 넘쳐나고 있던 차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이토록 극단적으로 반응하던 중국 여론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심정에는 동정이 상당 부분 있었다는 점은 의외였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인데도 말이다. 중국 매체들도 그동안 한국 언론들의 보도를 바탕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기는 했지만 중국인들은 국정 농단의 내용 자체가 그다지 충격적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어진 촛불 시위를 오히려 이해하지 못했다. 홍콩의 한 친중국매체의 ‘한국통’ 기자는 자신의 SNS에 한국의 촛불 집회 사진을 올려 두고 “롼(亂·어지럽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년쯤 전에 중국과 한국 언론사 기자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한국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가장 큰 책무를 ‘권력에 대한 감시’를 꼽았고 중국 기자들은 ‘사회의 안정을 돕는 것’이라고 꼽았던 것이 생각났다.
미국 통신사 베이징(北京) 지국에서 일했던 중국계 캐나다인 친구는 기자에게 “박 대통령의 인생이 참 안됐다”고 말했다. 이에 “개인의 인생사와 헌법에 따라 파면 결정이 내려진 것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며 한국 교민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그러면 그 결정을 한 박 전 대통령도 미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한국 국민 다수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는데 왜 한국인들을 괴롭히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더니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중국 매체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탄핵 재판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보도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생애와 왜 한국 대통령들의 임기 말이 좋지 않은지에 대한 기사들도 내보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그에 대한 책들은 지난해까지도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다. 많은 중국인이 그를 개인적인 역경을 이겨낸 아시아의 여성 지도자로 기억하고 있고 특히 지난 2015년 가을 전승절을 맞아 동맹국들과 서방 국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나란히 올랐던 것이나 중국에 대해 친근감을 보였던 점 등을 기억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일각에서는 “이렇게 이웃 나라의 친중 지도자가 또 하나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하는 평론까지도 볼 수 있었다.
청와대를 나와 자택으로 돌아가는 박 전 대통령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한·중 관계 측면에서는 그의 사퇴 이후 사드 배치가 번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의 이면엔 최고지도자도 탄핵하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놀라움이 깔려 있다. 중국계 캐나다인 친구는 “이번 사건을 보면 정말 한국인들은 대단하고 한국의 언론도 대단하다”면서 “자신들의 최고지도자까지도 국민이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치 도시인 베이징을 벗어나 개방성이 높은 상하이(上海) 등지에서는 더욱 이 같은 ‘부러움’을 드러내는 중국인이 많다. 심지어 한국어를 잘 알고 한국에 대해 잘 안다는 조선족들이나 한국어 전공자들도 “헌법이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하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파면까지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자세한 보도는 “중국 국가 지도자는 (인민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외국은 어지러우며 외국 인민들은 매우 불행하고 중국 인민들은 행복하다”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준칙에 부합해 자세히 보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당국이 예상치 못했던 ‘민주주의 학습’이라는 씨가 뿌려졌을지 모른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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