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대통령에 해당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에는 회의나 의식 등을 주재하다(preside)는 뜻이 담겨 있다. 원래는 앞에 또는 미리(pre) 앉은(side=sit) 사람을 가리켰다. 우리나라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만 프레지던트라고 하는 게 아니다. 오늘에는 대통령 외에도 사장, 회장, 의장, 총장처럼 회사·단체·대학 등의 수장(首長)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프레지던트=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외국에 대해서 국가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어마어마한 권력자다.
프레지던트라는 영어가 ‘대통령(大統領)’으로 번역된 시기는 1852년이라고 한다. 공간적으로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당연히 발음도 대통령이 아니라 ‘다이토료(だいとうりょう)’다. 일본에는 예전부터 ‘도료(統領)’라는 용어가 있었다. 사무라이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한국과 중국에도 ‘통령’이라는 군사 용어가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프레지던트라는 외래어를 도입하면서, 군대 수장이나 씨족장을 가리키는 ‘도료’라는 말에다 ‘큰 대(大)’자를 붙여 외국의 원수(元首)를 뜻하는 신조어를 만든 것이다.
일본의 다이토료를 ‘대통령’이란 낯선 말로 한국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조선 고종 때의 문신 이헌영이다. 그가 1881년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다녀온 뒤 펴낸 ‘일사집략’이란 여행 보고서에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 신문을 보니, 미국 대통령, 즉 국왕이 총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해 7월 2일 제임스 가필드 제20대 미국 대통령이 총격을 받은 사건(9월 19일 사망)을 게재한 기사를 소개한 것이다. 이듬해인 1882년 5월 22일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에는 ‘대조선국 군주와 대미국 백리새천덕(伯理璽天德)은…’이라는 표현이 있다. 백리새천덕은 프레지던트의 중국어 ‘보리시톈더’의 한자 표기다. 그러다 1892년부터는 대통령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1938년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 등재됨으로써 조선 국적을 취득했다. 오늘에는 중국의 백리새천덕은 사멸하고, 일본에서 의역한 ‘대통령’만 살아 있다.
지금 우리 대한국민은 60일간의 ‘대통령 궐위기간’을 맞고 있다. 새삼 ‘대통령’ 이전 프레지던트의 본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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