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오르막길에 마가목(馬牙木) 한그루

눈에 띄었다

주전골 내려오며 우리는 마가목 열매로 담근

술 이야기를 했었지

설악산 쏘다니다보면

감자전 부치는 산골 주막에 들러 한번

맛볼 수도 있을 터인데

그럴 기회가 오기도 전에 그 친구

췌장암으로 세상을 등졌고

나는 이제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여생의 내리막길 타박타박 걸어가면서 아직도

마셔보지 못한 마가목주

그저 이름만 기억하고 있을 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력 : 1941년 서울 출생. 1975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처음 만나던 때’ ‘시간의 부드러운 손’ ‘하루 또 하루’ ‘오른손이 아픈 날’ 등.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