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함·전북함 등과 훈련
빈 라덴 사살 특수부대도 전개
레인저·델타포스 등 최대규모
미국 해군 주력 전폭기 F/A-18 슈퍼호닛 1대가 엔진의 출력을 한껏 올린 뒤 갑판에서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한 마리 독수리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듯 사뿐히 솟아올랐다. 무게 10t이 넘는 슈퍼호닛이 공중에 떠오르는 데는 100m 정도의 활주로 질주만으로 충분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70) 비행갑판은 비행기 엔진에서 내뿜은 매캐한 매연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함재기들이 이착륙한 자리는 빗방울 속에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4일 울산 근해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에 참가 중인 칼빈슨호를 국내외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지상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려면 300∼400m를 질주해야 하지만, 칼빈슨호는 원자로 증기를 위로 뿜어 전투기를 띄워주는 캐터펄트(catapult) 발함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륙거리가 크게 단축됐다. 슈퍼호닛이 착함할 때는 팔뚝 굵기의 쇠줄인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가 기체를 잡아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면서 착륙거리가 100m 정도에 불과했다. 어레스팅 와이어의 잡아끄는 힘이 워낙 강해 조종사는 순간적으로 온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견뎌야 한다.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데브그루(DEVGRU·옛 네이비실 6팀) 등도 이번 훈련에 참여했다. 데브그루는 2011년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시신을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당시 네이비실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 있던 빈 라덴을 사살했고 그의 시신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기지를 거쳐 칼빈슨호로 옮겨져 아라비아해에 수장됐다. 이번 독수리훈련에는 미국의 숙적 빈 라덴 암살작전을 완수한 네이비실 요원 등 적 요인 암살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레인저, 델타포스, 그린베레 등 미군 특수부대가 한·미 연합훈련 사상 최대 규모로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 중인 칼빈슨호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칼빈슨호는 E-2C 호크아이,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74대의 항공기를 탑재했다. 항모전단은 웬만한 중소 국가의 해·공군력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갖춘 ‘떠다니는 군사기지’임을 실감하게 했다. 칼빈슨호를 기함으로 구축함 2척, 순양함 3척 등으로 구성된 1항모강습단의 전체 승조원은 약 6500명. 칼빈슨 항모강습단을 이끄는 제임스 킬비 해군 준장은 “승무원을 위해 매일 1만8000끼니가 제공되고 있다”며 “한·미 해군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확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지난 6개월 동안 준비한 것을 이번 독수리훈련에서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빈슨호는 지난 며칠 동안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의 4400t급 구축함 문무대왕함, 2500t급 호위함 전북함 등과 함께 훈련했다.
칼빈슨호가 부산해군작전사령부에 기항한 15일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이순진 합참의장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한·미동맹은 강철같이 강하고, 연합방위태세는 굳건하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에는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령관과 함께 한·미동맹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 칼빈슨호 함상 = 정충신 기자
국방부공동취재단 cs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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