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TV 토론은 ‘본선 토론’ 못지 않게 중요하다.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둔 현 시점에서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고 할 정도로 민주당 및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의 국민 선거인단이 이미 17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들의 자질과 역량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야 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14일 열린 첫 TV 토론은 형식에서도, 내용에서도 모두 크게 미흡했다. 주요 방송들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90분 간 진행됐지만 원론적 질문에 준비된 답변으로 ‘토론’이라는 표현이 민망했다. “모범답안을 읽는 학예회”라는 이재명 후보의 평가가 딱 어울리는 ‘토론 쇼’였다.

1997년 제15대 대선 때 처음 도입된 후보 간 TV 토론은 매번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대체로 후보 간 기계적 균형, 공정성 시비, 시간 제약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 이번 민주당 토론회는 과거에 비해서도 더 후퇴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주최하고 주관 방송사와 토론 주제, 사회자, 규칙 등을 협의하는 방식인데 사실상 당 행사에 언론이 들러리 선 모양새다. 언론사가 주최해 ‘미리 알려주지 않은’ 송곳 질문을 하는 형식과는 다르다. 4명의 후보가 공통질문 4가지에 대해 답변을 하고 검증 토론, 주도권 토론 형식으로 구성됐지만 대부분 사전 준비된 원고에 의존했다. 상대 후보에 직접 질문하는 주도권 토론은 후보당 9분뿐이었다. 사드 등 중요한 이슈에는 1분짜리 답변이 전부였다.

민주당 후보 경선은 단순히 당내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만큼 모든 현안에 대해 진솔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남은 7차례의 TV 토론이 의미를 가지려면 언론 측에서 독자적으로 준비해 초청하거나, 공직선거법상의 ‘선거방송토론’ 정도의 독립성이라도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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