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에 발효된 것 같은데, 오늘(15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5주년을 맞았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기됐던 많은 논란과 괴담은 잊히고, 오히려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어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평가에 우리 통상 당국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지금쯤 감기약은 10만 원, 맹장 수술비는 900만 원으로 올라 우리 국민은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처지가 됐어야 하고, 미국 기업이 투자자정부제소권(ISD)을 남용해 우리 정부를 제소함으로써 식물정부가 돼 있어야 한다. 협상 당시 FTA 내용을 바탕으로 FTA 파급 영향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괴담(怪談)의 위력을 약화시키는 건 역부족이었다. 한·미 FTA 찬반 양론이 격해지면서 나라가 두 동강 날 것 같은 힘든 시기를 지내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이러한 국론 분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 괴담을 만들어내고 선동했던 세력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건전한 토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괴담이 괴담으로 끝나면서 통상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개선됐고, 어렵사리 발효된 한·미 FTA는 우리나라 통상 규범, 기업 문화, 투자 등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선진국인 미국과의 FTA를 통해 도입된 글로벌 통상 규범은 이후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의 기본 틀이 됐다. 국내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FTA 망을 확충할 수 있었던 것도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한 노하우와 인적 자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 만족도와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8%가 FTA를 활용하고 있으며, FTA 활용 경험이 있는 기업의 80%는 자사 영업에 FTA가 도움이 된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무역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또, 한·미 FTA 5년 동안 양국의 연평균 교역 규모가 1.7% 늘었다.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총수출이 3.5% 줄었고, 세계 교역 규모도 2%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실적이다. 그 결과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높아져 지난해 3.19%를 기록했다. 또한, 상품 분야 무역수지가 발효 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나 232억 달러의 흑자를 누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한·미 FTA는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나서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윈윈’ FTA라는 점을 부각시켜 미국과의 FTA가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이유로 한·미 FTA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미국은 서비스 분야 수출을 늘려 서비스 수지 흑자 규모가 31억 달러 늘어났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액이 511억 달러로 미국의 대한(對韓) 투자액(201억 달러)의 2배 이상이고,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고용하는 인력도 5만 명에 이른다.
지난 5년 동안 한·미 FTA의 경제성은 입증됐다. 동북아 정세가 불안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미국과의 FTA는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대선까지 남은 2개월 가까운 기간에 통상정책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수 있으나, 국익 차원의 범국가 통상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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