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은 지난 30년 동안의 선거와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통해 대통령직을 물러남으로써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차이점은 현재 개헌이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한 원포인트 개헌이 추진될 때부터 현행 대통령제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개헌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에 최순실 사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이제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편으로는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한 더욱 정확한 검증이,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권력 오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개헌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및 대통령에 대한 통제장치의 강화에 놓여 있으며, 대통령 4년 중임제 또는 분권형 정부 형태가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헌 추진과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첫째, 대선과 개헌의 시기 문제다. 대선 전에 개헌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대선을 통해 당선된 차기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개헌이 또다시 미뤄지거나 소폭 개헌에 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점이다. 개헌 시기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그 시기와 대통령 중임의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 제128조 제2항의 효력으로 인하여 현행 헌법 하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향후 개헌에 의해 중임 제한이 완화되더라도 단임으로 그쳐야 한다. 즉, 대선 전에 개헌이 완료되는지 여부에 따라 차기 대통령의 중임 제한이 완화되는지 여부도 달라지는 것이다.
둘째, 개헌에 의해 대통령의 권한이 달라진다는 점이 대선과 맞물려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각종 정책 공약들이 제시되고, 국민도 후보자들을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헌안이 구체화되고 국회를 통과할 단계에 이르게 되면 새로운 헌법 하에서 대통령의 역할, 권한 등을 염두에 두고 후보자를 재평가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행 헌법 하에서의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집행부 수반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분점을 전제로 하는 분권형 정부 형태가 도입되어 ‘협치’에 적합한 대통령을 필요로 할 경우에는 어느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대통령과 정당,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 제안된 여러 개헌안 중에는 대통령에게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것들이 적지 않으며, 분권형 정부 형태를 취함으로써 총리 선출 및 내각 구성이 실질적으로 국회의 다수파에 의해 결정될 경우에는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도 커다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넷째, 분권형 정부 형태를 선택할 경우 대통령과 정부의 관계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마치 양원제를 채택한 경우 의회의 권한을 상원과 하원이 나누듯이, 사법권을 법원과 헌재가 나누듯이, 대통령과 내각이 정부의 권한을 분장하게 되며, 이는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 및 실질적인 권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섯째,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검찰 개혁 및 감사원의 소속 변경이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 구성하여 검찰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활동을 통제하도록 하는 방안이나,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이 아닌 국회 소속으로 바꾸거나 독립기관화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통령의 실질적 영향력도 축소될 것이다.
여섯째, 대통령과 사법부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까지 제시된 개헌안들에서는 대법원 및 헌재의 구성을 개혁함으로써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식화시켜야 한다는 제안들이 많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인물이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헌법재판관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이 먼저 축소된 이후에 대선을 치르고, 새 대통령은 중임 제한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현행 헌법 하에서 대통령을 뽑고 그 대통령의 영향 아래에서 개헌을 진행할 것인지, 또 개헌과 더불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할 것인지 등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다.
분명한 것은 개헌과 대선의 어느 하나도 상수가 아니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변수들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를 어떻게 결합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