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감賞 최고은 양

2011년에 안성초등학교 5학년 4반 담임을 맡으셨던 이재령 선생님.

저 기억하시나요? 저 반장이었던 최고은이에요.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요. 선생님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진정한 스승이십니다.

그때 우리 반에는 ‘유정은’이라는 아이가 있었지요. 말이 어눌한 게 흠이었죠. 정은이는 아버지를 여의고 터미널에서 껌을 파시는 어머니와 언니를 포함해 3명이 산다는 얘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떠돌았죠. 저는 반장이었지만 순전히 재미있어서 반장을 한, 즉 이타심이 결핍된 학생이었습니다. 전 소외되는 그 아이를 혼자 둔 채 다수가 있는 편에 다가가서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그러던 제게, 그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소중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아이스링크장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조용히 절 부르시더니 정은이와 같이 스케이트를 타 달라고 부탁하셨죠. 전 선생님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만은 없어 할 수 없이 정은이와 손을 잡았죠. 스케이트를 한참 타다 실수로 정은이의 손을 놓쳤고 뒤돌아보는 순간 뒤에 따라붙던 한 아이와 충돌해 전 그대로 손을 짚은 채로 넘어졌습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몇몇 친구가 저를 부축해 양호실로 데려다주었죠. 얼음찜질을 한 지 10분쯤 흘렀을 때, 슬슬 친구들의 시선이 양호실 창 너머 빙판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멀리까지 놀러 왔는데 양호실에 앉아만 있기엔 시간이 아까운 거였죠. “신나게 놀아. 난 괜찮아.” 그렇게 창 너머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바라본 지 5분쯤 흘렀을까요. ‘끼익-’하며 양호실 문이 열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정은이가 제 옆에 조용히 앉았어요.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꾹꾹 눌러 말했습니다. 내가 손을 놓치는 바람에 네가 다쳤다고. 정작 당사자인 전 정은이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그렇게 하릴없이 서럽게 울며 절 걱정해 주니 저도 괜스레 눈물이 나더군요. 그러고 나서 우린 꽤 많은 얘기를 했어요. 그때, 전 인생을 살면서 가장 필요한 자질인 ‘배려심’을 얻었어요. 중학교 때 장애인 친구들은 항상 1, 2반을 했는데 제가 3년 동안 전교 1등을 해서 도우미를 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 지금 제 꿈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 초등학교 때부터 방송부 하면서 아나운서가 꿈이라고 그랬잖아요. 지금 제 꿈은 방송 PD가 돼서 장애인, 소외계층 등 우리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에게 삶의 위로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예요. 그 꿈, 진짜 이룰 거예요! 몇 년 뒤 방송 프로그램의 엔딩 크레디트를 꼭 주의 깊게 봐주세요. 그럼 선생님, 뵐 날을 기약하며 이만 말 줄이겠습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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