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신 현금 결제 요구
일부 택시 “카드기 고장” 핑계
경기침체에 세금 피하기 꼼수
신고해도 처벌 ‘솜방망이’그쳐


일부 PC방과 주차장, 택시 등 카드가맹점이면서도 현금 결제만을 요구하는 ‘신용카드 사각지대’가 여전히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소비자가 직접 신고해야 하고, 신고를 통해 국세청 등의 조사로 이어지더라도 경고·계도 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카드 결제 거부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모(35) 씨는 최근 경기 고양시 한 마트 주차장에서 카드 결제를 거부당해 주차비 1만5000원을 현금으로 내야 했다. 주차장 관리자는 최근 내부 정책이 변경돼 어쩔 수 없이 현금만 받는다고 말했다. 문모(29) 씨는 서울 동작구 한 PC방에서 이용료 8000원을 카드로 결제하려다 거절당했다. 이 PC방은 원래 카드 결제가 가능하던 곳이었지만, 지난달 초 계산대에 “본사 정책에 따라 카드 결제가 불가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붙이고 현금 또는 계좌 이체로만 요금을 낼 수 있게 바꿨다. 현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일부 고객은 PC방 밖으로 나가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기도 했다. 그나마 문 씨는 모바일뱅킹 이용자여서 은행에 다녀오지 않고 계좌 이체로 요금을 낼 수 있었다. 현금영수증 발급은 끝내 거절당했다. 이 밖에도 택시에서 “카드 결제기가 고장 났다”는 이유를 대거나 아예 전원을 꺼 놓은 채 운행하면서 현금 납부를 강요하는 사례 역시 줄을 잇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카드 결제 시 별도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법 위반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고, 신용카드 거래 거절 및 부당대우 가맹점으로 확인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5년 신고된 ‘카드 결제 거부·부당대우’는 총 5094건으로, 2013년(3758건)에 비해 35.6% 증가했다. 불법 행위 급증과 관련, 전문가들은 △번거로운 신고 절차 △약한 처벌 △세금 탈루로 얻는 이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16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다 보니 일부 사업장은 현금 결제 시 10∼30% 할인을 제공해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매출 증빙이 남지 않고, 결제 내역이 국세청에 기록되지 않아 개인사업자가 부가가치세나 종합소득세 탈루를 저지르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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