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 없고 흡연눈치 안보는 해방구
직장인 손님 늘자 창업 증가


1990년대 중반 이후 PC방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던 당구장이 최근 들어 40∼50대 넥타이 부대를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당구장에서 짜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는가 하면 퇴근 후 삼삼오오 밥값 내기를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4050 세대’ 남성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과 금연정책이라는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자 ‘피난처’로 당구장을 찾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퇴근 시간 서울 종로구의 A 당구장. 실내는 뿌연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전체 20개의 테이블은 4050 세대 직장인 남성들로 이미 만석이었다. 공무원 최모(51) 씨는 “요새는 김영란법도 겁나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잖아 골프장은 고사하고 스크린골프장에 가는 것도 부담된다”며 “그래서 비용이 적게 드는 당구장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인근 대기업에 다닌다는 직장인 강모(47) 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 당구장을 찾는다. 강 씨는 “주변에서도 어려운 경기에 비싼 골프 치는 것보다는 당구장에서 간단히 밥값 내기하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이야기가 많다”며 “특히 정부 금연정책으로 직장 동료끼리 담배 피우며 이야기할 곳이 없는데, 당구장은 애연가인 나를 위한 일종의 해방구”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실내 체육시설도 금연시설로 지정하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될 때까지는 당구장에서 흡연할 수 있다.

실제로 당구장 업계는 호황을 맞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신규 창업한 당구장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73%나 늘었다. A 당구장 관계자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당구장을 찾는 중년 남성들이 많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규 업소가 늘어나는 추세로 볼 때 당구장은 전형적인 불황형 이익 업종”이라며 “김영란법과 금연정책 여파로 4050 세대가 이른바 ‘스트레스 소각장’으로 당구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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