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폐지 영향으로
‘계열사별 자율경영’ 본격화

중공업·건설·엔지니어링 등
외환위기 이후 첫 공채 중단
실적좋은 전자 등 대폭 늘려


삼성그룹 계열사 중 7곳이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행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폐지로 계열사별 자율경영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삼성 채용 시장도 ‘각자도생 시대’에 들어간 결과로 보인다. 20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 중공업·엔지니어링·물산(건설)·자산운용·벤처투자·웰스토리 등 7곳은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다. 이들 회사가 상반기 신입 공채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래로 대부분 처음이다.

삼성 계열사 고위 임원 A 씨는 이에 대해 “업황이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서 “앞으로 업황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일시적으로라도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중공업, 건설 등의 국내·외 업황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거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상반기 공채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경영 형편이 어렵더라도 그룹 차원의 사회 공헌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독려할 미래전략실 등이 사라지면서 일자리 창출 동력이 약화한 셈이다.

또 다른 삼성 계열사 임원 B 씨는 “전격적인 미래전략실 해체로 인해 그룹 공채 개념을 놓고 삼성 안팎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면서 “그룹 공채라고 하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별 채용 인원을 조율하고,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주관해야 하는데 당장 올 상반기 공채부턴 채용 인원을 조율할 중앙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직무적성 시험에 대비해 온 취업 준비생을 위해 삼성직무적성검사 결과를 선발기준으로 당분간은 활용하겠지만 그룹 차원의 채용인원 조율 기능이 없어져 당장 올 상반기부턴 ‘형식적인 그룹 공채’만 남았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전자·디스플레이·전기·SDI·SDS·생명·화재·증권·물산(상사·리조트·패션)·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 등을 비롯해 호텔신라·제일기획·에스원 등은 종전대로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이들 회사는 오는 21일까지 지원서를 접수 받아 4월 16일 삼성직무적성검사를 실시한 뒤 면접 등을 거쳐 5월 중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등은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 채용 인력을 대폭 늘일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이 살아 있을 때만 해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채용 인력을 필요한 수보다 40% 이상 더 뽑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를 독려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전체 공채 인력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