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 로비에 모형 선박이 전시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 로비에 모형 선박이 전시돼 있다.
- 대선주자들 ‘대우조선 票계산’

문재인 “우리당 정부와 협의중”
‘처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도

안철수·유승민·홍준표도 “회생”
안희정만 ‘조건부 퇴출’ 언급

구조조정 등 근본적 해법 없이
근로자 표심 겨냥 공약 난무


오는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해법에 대해 주요 대선 후보 대부분이 ‘묻지마식 살리기’에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서는 대주주와 경영진, 채권단, 근로자가 공평한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주요 후보들은 ‘근로자 지원책’만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이 합리적인 시장 논리보다 지역 및 근로자 ‘표심’을 염두에 둔 득표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발 더 나가 정부의 대우조선 신규 지원 발표를 앞두고 ‘노동자 고통분담 불가론’을 내세워 정부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우리 당에서 정부와 협의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20일 문화일보가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조선 분야 고용의 ‘핫이슈’인 대우조선 처리 방식에 대해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 원 지원 당시 정부와 정치권이 국회의원 선거(2016년 4·13 총선) 표심을 의식해 ‘묻지마 지원’에 나섰듯이, 이번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무조건 살리고 보자’는 식의 논리가 횡행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문화일보의 일자리 공약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대우조선 처리 해법에 대해 “단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타는 조선산업의 불황기를 견딜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고, 정부가 태부족한 해군·해경 선박 건조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등 일정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대주주는 물론이고 노동자와 그 가족, 하청업체와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구조조정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 근로자 지원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후보들도 근로자 지원 우선론에서 문 전 대표와 대동소이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고용 불안이 심화하고 있는데, 실직자들이 사회안전망 혜택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부실 원인 규명, 특별고용지원업종 확대, 재무적 관점 아닌 국가 및 산업적 관점에서 구조조정 실시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오너와 대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공평한 손실 분담’을 강조하면서 근로자는 제외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대우조선 문제는 방만 경영에서 비롯됐다”며 자구노력과 정부 지원으로 회생시킨 뒤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 지사는 대우조선에 대해 ‘조건부 퇴출론’을 제기했다. 그는 “정책금융은 최소한의 시장 실패를 막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한계기업이 계속 발생하면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공정한 룰에 따라 질서 있는 퇴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퇴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 문제는 넓은 의미의 정부 시장 개입이 얼마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요 대선 후보들은 정부 개입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를 개선하는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이미 발생한 구조조정 및 실업 사태에 대해 (근본 처방보다는 증세에 대해서만 치료하는) 대증적인 요법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실제 고용주의 경영 악화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무수히 많은데도 대기업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조선업만 왜 정부가 개입해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 논거도 없고, 그런 불평등한 정부 개입(selective intervention)이 가져올 수 있는 위화감과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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