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이 세월호 침몰 연작 서사시 60편을 담은 시집 ‘노랑리본(엔크 발행·사진)’을 펴냈다. 연작시의 맨 앞엔 이 사태를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살아남은 이’의 참담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어찌하며 이런 일이 생겼는가/그 많은 구조함은 모두 어디가고/사람을 수장시키는가/하늘이여 용왕이여/ 손 잡아주지 못하고 바라봐야만 하는 /우리가 어찌하면 좋은가/이 잔잔한 바다에 저들의 죽음이 웬말인가’(‘연작시 1’ 일부)
연작시의 주요 화자는 참사로 인해 세상을 떠난 아이들과 승객들, 그리고 그 부모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들의 비탄에 함께 울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버지 낚시길에 따라가 봤던 바닷물은/속이 훤하게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너무 깜깜해요/밧줄보다 단단하게 목을 조여요/어머니/ 저 세상이 있을까요’(‘연작시 2’ 일부)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이깟 일 때려치울 거야/월급 없이 시간제로 받은 돈 돌려줄테니/제발 살려달란 말이야/ 누구라도 내 손을 잡아줘 살아야만 해/혼자서 키워준 할머니는 어떻게 살라고/천장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어/아무도 오지 않고 살려달라는 소리만 들려.’(‘연작시 8’ 일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귀를 후벼파고 목구멍 막아대던 바닷물이/온몸을 둘둘 말아 끌고 갈 때/얼마나 무서워서 부르지도 못했을까/수학여행비 벌겠다며 휴일 새벽마다 편의점에 나가 입술 부르트고/십리 밖 학교까지 뛰어다녀도/웃음 멈추지 않았는데/그까짓 뱃전에서 나오지 못했느냐/ 바다에 뛰어내려 조금만 참았다면/집에 돌아와 어미 품에 들었을 것을/그 짧은 세월을 세월호와 함께 잠겼느냐’(‘연작시 10’ 일부)
세월호 침몰 사태와 관련, 그 구조 과정에 대한 성찰도 운문 형태로 담겨 있다. 또한 세월호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사회 지도층, 특히 국회의원 등의 허위의식을 질타하는 시편도 있다.
‘저기 여자 국회의원이/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서 싸우고 있잖아/아주 큰 감투를 쓰더니/ 술 한 잔 걸쳤나 봐 누구랑 먹었을까/뻔하지, 세월호 특별법 조직위원들과 마셨겠지/한데 왜 대리기사와 싸우니/그 사람들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모르는가 봐’(‘연작시 50’ 일부)
이 시집은 아픔과 슬픔이 현재 진행형임을 새삼 일깨운다. 이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선 참담한 현실을 분명한 역사로 기억해야 한다는 진실을 알려준다. 이 진실을 직시할 때 희망은 겨우 돋아날 수 있다.
‘높은 사람마다 옷깃에 단 노랑리본 떼어내고/팽목항에 나부끼는 깃발 사라지는 날/우리는 훨훨 날아 새로운 세상으로 갈 거예요/그날 오면, 그날이 오면/우리가 살던 땅에 꽃이 피고/하늘에 별마다 우리 이름으로 빛이 날거예요/친구들아 세상에 모든 살아 있는 것들아 안녕’(‘연작시 60’ 마지막).
<종합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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