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前대통령 사례 반면교사
강도 높게 조사하되 예우 갖춰
진행 상황 브리핑도 1회로 제한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조사는 강도 높게 하되, 조사와 무관한 부분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역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칫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망신주기’로 비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들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소환과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조사 상황에 대한 공개 브리핑도 오후 3시 30분 한 차례만 갖기로 했다. 검찰은 취재진의 집중 질문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간간이 문자로 알릴 계획이지만, 횟수는 최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조사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오후까지도 검찰은 조사 장소나 조사 검사 등에 대해서도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몰려든 취재진을 피해 이날 오전 지하 주차장을 통해 출근했다.

검찰의 이 같은 ‘로키(Low Key)’ 공보 전략은 대통령 선거일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을 소환조사하는 검찰의 입장표명 하나하나가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사 결과가 국민에게 왜곡되게 전달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키는 것이 조사 내용을 더 충실히 할 것이라는 인식도 깔려있다. 조사 후에도 과도한 수사 내용 노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필요한 내용만 최소화해 설명할 방침이다.

2009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당시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해석도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를 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네 차례 브리핑을 했고 문답은 고스란히 보도됐다. 이 과정이 의도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검찰 수사는 큰 역풍을 맞았다. 대신 검찰은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 등 박 전 대통령이 부인할 수 없는 증거로 압박할 계획이다.

안 전 수석과의 대질신문 등도 고려됐지만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없는 데다 실효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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