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에도 환율 급락세
점심시간 역외서 대규모 매도
‘환투기 세력 개입’가능성 커


‘존재감 없는 외환 당국….’

21일 서울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오는 4월 미국 재무부에서 나올 환율 보고서 등에 발이 묶인 외환 당국의 무기력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4월 미국 재무부가 내놓을 환율 보고서에 ‘심층 분석 대상국(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것을 두려워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20일 전거래일 대비 10.7원 하락한 112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는 하락하기는커녕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 1월 2일 1208.0원이었지만, 20일 1120.1원까지 하락하면서 90원 가까이 빠진 상태다.

21일에도 전날보다 6.1원 하락한 1114.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3.4원 떨어진 1116.7원을 기록했다.

향후 1∼2개월 이내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까지 추락할 경우, 경제 주체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의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과거보다 많이 무뎌진 게 사실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 아래로 추락하면 수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거래량이 별로 없는 점심시간을 전후해 역외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흔히 ‘점심 폭탄’ 또는 ‘도시락 폭탄’으로 불리는 점심시간을 이용한 역외 세력의 매도 공세는 환(換)투기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한 징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최근 시장에서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별다른 요인도 없는데 환율이 계속 급변동할 경우 당국이 계속 좌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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