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서동수가 물었을 때 안종관이 놀란 듯이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오전 10시 반, 평양의 대통령 집무실 안. 회의를 마치고 막 자리에서 일어서던 참이다. 방 안에는 비서실장 유병선과 홍보수석 하선옥 둘이 남아 있다.
“참 나, 이 사람아. 난 연방 대통령이야. 당신 집안 사정도 국정원에서 다 보고한다고.”
서동수가 나무라듯 말하자 안종관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지난번에 제가 지나가는 말로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여행사는 잘돼?”
“직원이 셋, 미니버스 한 대로 시작했으니 별것 있습니까? 적자는 겨우 면하는 것 같습니다.”
“유라시아 김 회장한테 말해보지 그래? 말만 하면 매출이 금방 100배는 늘어날 텐데 말이야.”
“그러고 나서 저 자르시려고요?”
서동수가 이맛살을 모으고 물었다.
“아들 나이가 몇이지?”
“제대하고 2년 되었으니까 스물여덟입니다, 각하.”
“자본금은 얼마나 갖고 시작했어?”
“한 1억 됩니다. 그놈이 장교일 때 모은 돈 4000만 원하고 6000만 원은 은행에서 빌렸습니다. 전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았습니다.”
어깨를 편 안종관이 서동수를 보았다.
“그놈이 저한테 돈을 빌리지 않은 것 하나는 자랑스럽습니다.”
“훌륭하구먼.”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말했다.
“김 회장한테 연락해서 안 특보 아들을 좀 도와주라고 해. 하지만 모르게 말이야. 그러니까 안 특보 아들이 모르게 오더를 주는 거야. 옛날에 우리가 사업할 때도 그런 적이 있었잖아?”
유병선이 찬찬히 서동수를 보았다. 둘은 동성그룹의 회장과 비서실장 출신이다. 안종관과 하선옥은 입을 절반쯤 벌린 상태로 시선만 주었다. 특히 안종관은 황망한 표정이 되어 있다. 옛날이야기까지 나오는 터라 말을 자르고 들어오기도 어려운 것 같다. 그때 유병선이 말했다.
“각하, 꼭 그러셔야 합니까?”
“무슨 소리야?”
“그런 식으로 꼭 도와 주셔야 되는 건지 여쭤본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나?”
“놔두시죠. 젊었을 때 고생 좀 하게 놔두시는 게 낫습니다.”
“거, 안 특보 앞에서 매정하게 말하네.”
“제가 할 말씀을 비서실장이 한 겁니다.”
안종관이 나섰을 때 하선옥이 짧게 웃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하선옥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안 특보 아드님이 먼저 김 회장이나 다른 업체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이제 서동수는 잠자코 시선만 주었고 유병선과 안종관도 입을 다물었다. 제각기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그때 하선옥이 말을 이었다.
“부탁을 받은 당사자들은 거절하기 힘들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내 아들은…….”
입을 열었던 안종관이 곧 쓴웃음을 짓고 나서 머리를 저었다.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각하.”
“나도 가끔 목구멍에서 손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너무 되어도 활기가 줄어. 그러니까 좀 알아서들 챙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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