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관광은 자유와 평화를 상징한다. 여행과 관광이동의 자유는 인권이고, 이는 어느 국가든 지켜야 한다(세계인권선언 제13조, 세계관광윤리강령 제8조). 주요 2개국(G2) 중국이 정치적·외교적 이유로 국가 간의 여행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해 지난 17일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정 위배 가능성을 공식 문제 제기했다.

이제는 한국 관광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관광 현상은 오히려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 2000여만 명의 국제 관광객이 상존하는 곳에 대한 도발은, 국민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15일부터 단체는 물론 개별 여행까지 여행사를 통한 예약과 비자 발급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미 비행 노선의 취소가 잇따르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올 연말까지 선박관광객 약 50만 명 이상이 예약을 취소했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으로부터 약 8조 원의 수익을 올렸던 면세점 역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비록 외부 요인으로부터 발생한 영향이지만,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관광 정책의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는 마케팅 전략의 변화다. 국가 중심에서 도시 중심의 해외 관광 마케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가 차원보다, 서울·부산·제주 등 도시 단위와 지방자치단체는 상대적으로 외교·국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제 한국을 방문하도록 마케팅하기보다는 오히려 서울·부산·제주를 방문하도록 홍보하고 유치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는 관광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50%에 가까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 구조는 이번처럼 취약한 상황을 만든다. 일본이 한국·중국·대만 관광객을 통해 20%대의 균형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배울 만하다. 최근 성장률이 높은 동남아시아, 그리고 비교적 오래 체류하고 지출이 많은 중동과 러시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이미 전체 여행객의 약 70%에 이르는 개별 관광객(FIT) 시장에 주력할 필요도 있다. 개별 여행객을 위한 맞춤형 안내 정보 및 대중교통을 활용한 관광 접근 체계와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로, 국내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특단(特段)의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3년 동안 국내관광 성장률은 1%대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방관광의 숙박·위생·안전을 위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국내 시장의 한계로 지적되는 비수기 극복 대안으로 고령자와 청소년 여행을 활성화하는 지원 제도와 할인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국내관광을 통한 내수 기반 위에서만 외래관광 정책의 안정성이 보장된다.

넷째로, 장기적으로 우리의 관광 개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정치·외교 문제가 양국 간 국민 감정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더 의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만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다양한 종교·인종·민족에 친화적인 문화 수용력과 관광 환경을 만드는 것은 관광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개방적이고 강한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위기 때에 부각되는 약점들을 변화시켜 그것을 강화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임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강한 변화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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