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게임 치르며 1조 넘게 빚져
신도시·월미레일 등 겹쳐 휘청
2014년 부채 13조 ‘재정 주의’
고금리 채권 갚아 이자 절감
정부지원금도 2조여원 확보
산하 공단 방만경영 대수술
2년만에 2兆324억 빚 갚아
내년엔 부채 8조‘정상’진입
“빚은 줄이고, 문제는 풀고, 희망은 열자.” 올 인천시가 내건 시정운영의 캐치프레이즈다. 이미 2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은 인천시는 ‘부채도시’란 오명에서 벗어나 ‘부자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선 6기 유정복 시장 임기 내 3조 원의 빚을 더 갚아 예산대비 부채비율을 20%대까지 낮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국정혼란과 대선정국,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채무 ‘제로’를 목표로 재정건전화를 일궈냈다.
◇왜 ‘부채도시’가 됐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구 300만이 넘어선 인천시는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넓은 행정구역(1062㎢)을 갖고 있다. 연간 50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인천국제공항과 경제자유구역 1호인 송도국제도시 등이 위치해 있어 지난해 영국의 시사주간지(EIU)가 선정한 ‘성장가능성이 큰 도시’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전국 7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재정위기 ‘주의’ 단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예산대비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인천시 총부채는 13조1685억 원으로 채무비율은 37.5%에 달했다. 재정위기 ‘심각’ 단계(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해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천시는 경기장 건설과 도시철도 2호선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에 재원을 조달하느라 지방채 발행을 남발한 탓에 채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는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면서 1조 원이 넘는 빚을 졌다. 또 극심한 현금유동성 위기를 해결한다며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6·8공구 땅 34만7036㎡를 담보로 교보증권에서 급하게 돈을 끌어다 쓴 것도 부담이 됐다. 인천의 각종 개발사업을 도맡았던 도시공사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 사업이 정체되면서 빚이 8조981억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앞서 단체장들의 치적 사업으로 추진된 대규모 골조공사로 막대한 예산을 허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미은하레일’이다. 건설비 853억 원을 포함, 금융비용까지 1000억 원의 혈세를 삼킨 월미은하레일은 2010년 3월 준공 후 개통조차 못하고 흉물로 방치돼 있다.
◇어떻게 빚 갚았나= 인천시는 재정위기 ‘주의’ 단계를 탈피한다는 목표로 2015년부터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을 수립, 부채를 줄이는 것을 최대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빚부터 갚자’며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대책을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천시 총부채는 11조1361억 원으로 2014년 말 기준으로 2조324억 원이 줄었다. 이를 위해 세원 발굴과 국비 확보 등 세수 확충이 주요했다. 또 고금리의 채권을 조기 상환해 1376억 원의 이자를 절감한 데 이어, 공무원들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각종 수당을 받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시는 철저한 세원관리 차원에서 기존 1000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 외에도 지난해 500만 원 이상 체납자까지 징수전담제를 도입, 역대 최고액인 619억 원의 징수 실적을 올렸다. 또 34개 아시안게임 경기장 시설 내 수익사업이 가능한 사무실 170곳을 임대해 시설 운영에 따른 적자폭을 연 60억 원가량 줄였다. 성격이 비슷한 축제와 전시성 행사 6건을 폐지 또는 재검토해 불필요한 지출 31억 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았다. 공무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기존 67시간에서 57시간으로, 연가보상비는 금전보상 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각각 줄여 34억 원을 아꼈다. 이 외에도 매년 20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던 보통교부세를 2배로 늘리고, 지역에 적합한 국고보조사업을 발굴해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로 많은 2조5000억 원의 정부 지원금을 확보했다.
이렇게 아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 본청에서만 7979억 원을, 도시공사를 포함한 5개 공사·공단에서 1조2345억 원의 채무를 각각 감축했다. 인천시 채무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최근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재정이 정상화되면=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도 은행에서 빌린 고금리 채권 중 7171억 원의 원리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시가 수립한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내년도 총 부채규모가 8조 원대로 낮아진다. 채무비율도 25% 미만으로 재정위기 ‘정상’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시는 채무 비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각종 사업에서 정부지원금을 받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시는 높은 채무비율 때문에 보통교부세 확보 등에 페널티를 받아왔다.
인천참여예산센터 박준복 소장은 “재정건전화를 위한 시의 노력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실제 재정형편이 나아진 것은 부동산 경기의 호재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 재정이 또다시 포퓰리즘에 밀려 주먹구구로 쓰이지 않도록 보다 장기적인 재정운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5000억 원 이상의 국비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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