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땐 ‘혐의인정’오해우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여파
사외이사 선임작업도 ‘차질’
‘이사회중심 책임경영’미완
오늘 별도 창립기념행사 없어
삼성전자 정기주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구속된 지 38일째를 맞고 있는 이재용(사진) 부회장의 등기이사 자격 유지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2일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등기이사를 그만두면 마치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외부에 비칠 수 있다”면서 등기이사 자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여온 ‘선진적인 이사회 중심의 책임·투명 경영 실험’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리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2012년부터 맡아왔다. 이를 통해 한국적 총수경영과는 거리가 먼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 올 수 있었다. 2016년 10월 27일 삼성전자 임시 주총에서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6일 뒤인 11월 2일 열린 이사회에 처음 참가하면서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따르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실험을 시작했다. 그가 두 번째 참가한 11월 14일 이사회에서는 미국 전장 업체인 하만을 무려 9조 원을 주고 인수하는 안건 결의를 주도,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전장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2월 17일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구속되면서, 글로벌 표준에 맞춰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예정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후속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고, 삼성전기는 즉시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외국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정기주총 때까지 추가로 선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대신에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문제는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외국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 작업조차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 실험은 당분간은 ‘미완’ 상태로 남겨진 것이다.
한편 삼성그룹은 1988년부터 3월 22일을 창립 기념일로 지켜왔으나 지난 1일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물산 창립일로 의미가 축소된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3월 22일은 삼성상회의 후신인 삼성물산(상사 부문)의 창립일인 셈”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창립기념 행사를 한 적은 없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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