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모은 작품 1만점 기증 하정웅 이사장 ‘부모님전상서’ 펴내
1993 ~ 2014년 2523점 기증
광주미술관 소장품 70% 해당
“오늘의 나 있는건 어머님 은덕
작품 기증, 歸國통한 치유염원”
도쿄올림픽 계기로 자수성가
젊은시절 이우환 화백 비롯해
日화단서 차별받던 화가 후원
현재 어릴적 꿈좇아 화가 변신
일본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미술 컬렉터인 하정웅(78·사진)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이 최근 ‘부모님전상서’(코리아투데이)라는 책을 펴냈다. 희수(喜壽)를 넘은 나이에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반추해본 자전적 에세이다.
하정웅 이사장은 국내 미술계에서 손꼽는 컬렉터 중 한 명이다. 1993년 광주시립미술관에 자신이 30년간 모은 미술 작품 212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6회에 걸쳐 2523점을 내놨다.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70%가 ‘하정웅 컬렉션’이다. 전체 기증작품으로 치면 무려 1만여 점에 달한다. 단색화의 선구자인 이우환 화백도 청년 시절, 하 이사장의 후원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에세이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하 이사장의 어린 시절과 가족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궁핍했던 가정생활에도 불구하고 사업가로 자수성가하고, 미술 작품 수집에 눈뜨게 된 사연을 고백하고 있다. 하 이사장은 1939년 오사카(大板) 인근에서 태어나 아키타(秋田)현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신문 배달, 시멘트 운반, 산나물 채취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이런 그에게 유일한 취미는 그림 그리기. 소학교(초등학교)에서 고교까지 화가의 꿈을 꾸었으나 결국 대학 진학마저 포기한 채 생계를 위해 뛰어야 했다. 그러던 중 1964년 차린 전기제품 가게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호황을 맞으면서 부를 축적, 이를 바탕으로 미술품 수집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제목에서 보이듯 부모님에 대한 추억은 그립고 간절하다. 하 이사장은 특히 생활력이 강했던 어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다섯째 동생을 임신하고도 댐 건설공사의 막일을 나갔고, 어느 날 홀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출산했다. 하 이사장은 “부모님과 함께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아무런 불만도 부족함도 없었다.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어머님의 은덕”이라고 말했다. 하 이사장의 컬렉션 기증의 의미는 고국 회귀를 통한 치유에의 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어릴 적 화가의 꿈을 좇아 자신의 인생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화가로 변신하고 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민족차별로 인해 일본화단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재일한국작가들을 후원하고 판잣집에서 비에 젖고 곰팡이가 슬어가는 작품들을 모아 고국에 기증해 온 그의 안목과 집요함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그가 성인이 되어 부모와 스승의 발자취를 좇아 감사하고 보은하는 모습들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평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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