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에는 와타나베 겐을 비롯해 미야자키 아오이, 쓰마부키 사토시 등 일본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상일 감독은 이 영화를 “배우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 ‘분노’에는 와타나베 겐을 비롯해 미야자키 아오이, 쓰마부키 사토시 등 일본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상일 감독은 이 영화를 “배우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미디어캐슬 제공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

신작 ‘분노’ 30일 국내 개봉
日 아카데미 13개 최다 수상
스릴러物… 복합적 감정 전달
“‘곡성’은 내게 충격적 영화”


“영화 제목을 ‘너의 이름은 분노’로 했으면 한국 관객들이 더 많이 볼 것 같아요.”

일본 영화 ‘분노’의 연출자인 재일교포 3세 이상일(사진) 감독이 최근 국내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처럼 자신의 영화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재치있게 전했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분노’는 일본 도쿄의 한 가정집에서 부부가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후 1년이 지난 뒤 도쿄, 지바, 오키나와 등 세 곳에서 각기 다른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하는 이 영화는 올해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역대 최다인 13개 상을 휩쓸었다. 이 감독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관객을 기쁘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 상을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69 식스티 나인’(2004년), ‘훌라 걸스’(2006년), ‘악인’(2010년)에 이어 네 번째로 자신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게 된 그는 “조금이라도 ‘너의 이름은.’에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분노’와 제작자(가와무라 겐키)가 같은 ‘너의 이름은.’은 국내에서 3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이 영화는 관객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이에 대해 그는 “관객이 각기 다른 곳에 있는 세 명의 수상한 인물 중 누가 범인인지 주목하면서 보게 하기 위해 작은 장치들을 신경 쓰며 만들었다”며 “하지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관객이 어느 순간 누구도 범인이 아니기를 바라며 감정을 쌓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면서 ‘믿음’과 ‘의심’에 대한 메시지가 눈덩이처럼 몰려온다. 그는 “각각 별개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후반부로 가며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라며 “의심이 절로 자라고 커질 수 있다는 걸 관객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 단계부터 생각했고, 세세하게 편집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 영화를 보며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떠올랐다”고 말하자 그는 “‘곡성’도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며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곡성’은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내 영화는 현실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곡성’은 별개의 차원으로 뛰어넘는 점프력이 높은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일본 영화계에서 재일교포 감독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득”이라고 했다.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안 좋은 게 남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일본인 감독들보다 한 가지라도 다른 경험을 한 것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작업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 한국에서 말해야만 할 이야기가 있으면 만들겠다”며 “일본 영화계에서는 내 영화가 한국 영화처럼 온도가 높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피가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