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은 명상할 때 고요한 집중을 방해한다. 그냥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사진은 여수 여자만(灣) 갯벌의 낙조 풍경. 박경일 기자 parking@
(4) 떠도는 마음
◇ 명상을 시작하면
우리가 명상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깨닫는 것이 마음이 떠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처음 명상하는 사람들은 “집중이 잘 안 된다. 잡생각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는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다가 “명상은 나하고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명상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10년 과학 잡지에 이런 연구가 실렸습니다.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 2250명의 지원자를 임의적 간격으로 접촉하고 그들에게 자기가 현재 하는 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평균 46.9%가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떠돌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집중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채 30%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는 대부분의 사람이 쉽게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명상할 때 마음이 떠도는 것이 정상이고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 마음은 왜 떠도는가?
그렇다면 마음은 왜 그렇게 이리저리 떠돌고, 온갖 잡생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뇌 연구가들은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는 활동하고, 일하고 있을 때는 활동하지 않는 ‘불이행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불리는 뇌의 부위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마 위쪽에서 뒤쪽으로 가는 뇌의 중간 부분에 있는데, 이 부위는 우리가 하는 일 없이 있을 때 고도로 활성화되면서 마음이 떠돌게 된다고 합니다.
불이행모드 네트워크는 3가지 주된 역할을 하는데, 첫째는 자아 감각을 창조하고 둘째는 자아를 과거나 미래 속으로 투사하면서 후회,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을 유발하고, 셋째는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찾는다고 합니다. 바로 이러한 뇌의 작용 때문에 우리는 몸이 쉬는 동안에도 마음은 쉬지를 못하고 온갖 생각과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휴식할 때도 가만히 그냥 쉬지 못하고 뭔가를 하면서 쉬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잡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 명상하는 동안에는 물론이고 휴식상태에 있는 동안에도 불이행모드 네트워크의 활동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가 명상을 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 뇌는 행복 아니라 생존 위해 배선
그런데 우리의 몸이 쉬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의 뇌와 마음은 쉬지를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면서 불안과 후회, 희망, 계획 등으로 가득 차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인간은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진화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뇌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생각과 행동, 말들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을 위한 연습, 학습이 필요한데, 수많은 정신건강 관련 연구들은 명상훈련이 행복의 기초,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입증해 왔습니다. 운동을 통해서 신체적 근육을 발달시키듯이 명상을 통해서 정신적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생각은 명상의 단골손님
정신적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문은 ‘생각’입니다. 생각은 명상하다가 보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단골손님입니다. 명상 중에 일어나는 생각은 좋은 생각인가, 나쁜 생각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둘 다 우리의 주의집중을 방해합니다. 그러므로 생각을 만나면 속으로 ‘생각’이라고 말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생각의 내용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이 우리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지금-여기’가 아닌 다른 비현실적 세계로 데려간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생각의 내용에 꺼둘리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호흡으로 돌아옴으로써 다시금 현재의 순간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생각이라는 단골손님을 대하는 또 다른 중요한 태도는 판단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또 딴생각을 하다니” “생각하지 말아야지” “난 왜 집중하지 못할까?” 등의 반응은 명상훈련의 진전을 방해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명상 중에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생각을 따라 떠돌면 샛길로 벗어나는 어린아이나 강아지를 데려오듯이, 그냥 친절하고 부드럽게 주의를 다시 호흡으로 데리고 오기만 하면 됩니다.
단골손님은 그만큼 자주 방문한다는 뜻입니다. 명상을 얼마나 오래 했는가에 관계없이 생각은 끊임없이 반복해서 찾아옵니다. 그러므로 생각이 나타나면 ‘그러려니’, 또는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급함이나 좌절감 없이, 애쓰지 말고 그냥 생각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만 하고 다시 주의를 호흡에 집중하면 됩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리하게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행복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된 것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단순하게 천천히, 평소보다 느리게 호흡하면서 우리의 몸을 통해서 호흡을 발견하고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곳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