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선배 롤모델될 것
그래도 평창이 최우선 목표


이승훈은 지난 11∼12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파이널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친 뒤 더욱 바쁘다. 3월부터 체육사를 전공으로 한국체대 박사학위 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2011년 체육측정평가로 석사 학위를 마쳤고 지난해 졸업했다. 학업에서도 1등을 꿈꾸고 있다.

박사 과정을 선택한 건 운동하면서 학업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 다양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면서 운동뿐 아니라 지적인 훈련도 게을리해선 안 되겠다는 걸 깨달았다. 이승훈은 “경기 일정 탓에 벌써 수업을 몇 주 걸렀기에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박사 과정은 수업이 많지 않아 공부를 병행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층이 얇고 역사도 오래되지 않았다. 이승훈 본인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계속해서 써가고 있지만, 그 과정을 후배들을 위해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승훈은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 역사는 짧다”며 “후배들에게 멘토, 롤모델의 역할을 해야 하고 선배로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정신이 없었다. 6년 만에 개최된 동계아시안게임과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 등을 준비하느라 짬을 낼 겨를이 없었다. 그만큼 값진 결실을 얻었다. 지난달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4관왕(5000m, 10000m, 팀 추월, 매스스타트)에 올랐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동계아시안게임에선 3관왕(5000m, 10000m, 매스스타트)을 차지했기에 한국 선수 중 역대 최다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7개)리스트로 등록됐다.

숨 가쁜 시즌을 마쳤지만, 다음 시즌이 닥치기에 한눈 팔 여유가 없다. 이승훈은 마지막 휴가를 짧게 보낸 뒤 여름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승훈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유럽은 셀 수 없이 자주 갔지만 일정에 매여 그 흔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한 번도 관람하지 못했기에 오는 4월 유럽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며 “여행을 다녀온 뒤엔 학업과 함께 훈련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은 오랫동안 교제한 여자친구가 있고, 그의 부모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길 바란다. 이승훈은 “박사 과정, 결혼, 평창동계올림픽 중에서 물론 최우선 목표는 평창동계올림픽”이라며 “언젠가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내 모든 것을 평창에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이승훈은 지난 두 차례의 동계올림픽을 누볐다. 장거리는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강해지는 특이 체질. 이승훈은 “아직 후배들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은 없다”며 “나와 당당히 겨뤄 나를 따라잡는 선수, 후배들이 나온다면 기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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