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은 심리적으로 기본적 욕구가 상승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더불어 상승하는 가장 큰 욕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 즉 안전은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관심의 정도가 커지는 것이다. 또한, 안전 보장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우리 헌법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는 국가 재난관리체계 혁신의 일환으로 재난안전관리 총괄 부처인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아울러 국민안전처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관에게 정부 재난안전 예산에 대한 협의권과 재난특별교부세의 교부 권한, 재난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기관에 대한 경고 권한을 주었다. 그리고 소방과 안전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소방안전교부세도 신설했다.

정부는 국가 재난 안전관리 혁신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의 수립과 총리 주재 국민안전 민·관 합동회의와 안전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각종 안전 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소방관들의 개인 장비 노후화 0%를 달성했으며, 2013년 3만 명이 넘던 안전사고 사망자가 2015년 2만8000명대로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재난 분야 전문가인 어느 교수는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 2년 동안의 변화가 소방방재청 시절 10년의 변화보다 더 큰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안전처의 역할은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의 미흡한 대처나 지난해 9·12 지진 발생 당시 홈페이지 다운 등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국민안전처의 대응은 미숙했고, 국민은 큰 불안감을 느꼈다. 최근 조기 대선 분위기와 맞물려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차기 정부 재난 분야 정부 조직 개편은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재난 관리는 무엇보다 현장이 중요하다. 재난의 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의 재난관리 단계에서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자치단체와 소방, 경찰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재난관리의 분권화가 필요하다. 모든 재난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아니라, 자치단체가 1차로 책임지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안전 관리 기능과 산업 진흥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두 기능을 한 부처에서 담당할 경우 안전 관리 기능은 소홀해지기 쉽다. 따라서 산업 진흥과 안전 관리 기능을 분리해 정부 내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재난 안전 관리에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공공기관, 다양한 민간 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다양한 재난 관리 참여자들의 활동을 조율하는 중앙정부 조직은 그에 걸맞은 위상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민안전처를 국민안전부로 전환해 범부처로 흩어져 있는 안전에 관한 기능을 통합하든지, 또는 자치단체의 대응력(집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만큼 국민안전처와 행정자치부를 통합해 부총리급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조직만 개편하면 국민의 안전 수준이 당연히 높아질 것이란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재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