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 삼일로창고극장이 문을 닫더니, 1년 반 만에 게릴라극장도 폐관을 결정했다. 재정난 때문이다. 1975년 서울 중구 저동에 문을 연 삼일로창고극장은 1970년대 소극장 운동의 발원지이고, 2004년 동숭동에 둥지를 틀었다가 2006년 혜화동으로 이전한 게릴라극장은 대학로 젠트리피케이션(임차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에 의한 ‘오프 대학로’의 상징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이 최초로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1980∼1990년대 소극장 확산과 성장을 뒷받침했다면, 게릴라극장은 그로 인한 문화적 수혜와 폐해를 모두 자양분 삼아 그 이후를 그려보고자 했던 21세기식 소극장이다. 대관료 대신 수익을 나누거나 젊은 연출가를 위한 기획 공연 등 소극장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법을 몸소 보여줬다.

원각사(1958년)를 기준으로 한국 소극장의 역사를 대개 60년으로 본다. 그중 40년을 함께 한 삼일로창고극장과 상업화된 대학로 ‘밖’에서 10여 년간 대안적 모델을 제시했던 게릴라극장이 연이어 퇴장하니 이제 정말 한국 연극의 뿌리인 소극장 시대가 저무는 건가 하는 우려와 안타까움, 아쉬움 등이 밀려온다. ‘한국의 소극장과 연극운동’(정호순·연극과 인간)에 따르면 소극장은 다양한 연극 양식을 실험하며 국내 연극의 지형도를 바꿨고, 무대와 객석의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관객 저변을 확대했다. 또, 연극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훈련의 장이었고 예술경영의 필요성도 부각시켰다.즉, 공공극장과 대형 공연장의 탄탄한 시스템은 소극장들에 의해 앞서 시도됐던 것이다.

건실한 소극장이 자꾸 사라지는 것에는 순수예술을 위한 장기적·체계적인 정책의 미흡, 적은 제작비로 최대 이윤을 뽑으려는 통속 무대의 난무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창작과 표현, 그리고 경제활동의 자유가 엄연히 보장된 사회에서 후자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결국 기대어 볼 곳은 전자에 대한 보완인데, 문제는 그것이 ‘줄 폐관’ 현장에서 연극인들이 체감하는 고통에 비해 너무 더디고 인색하게 이뤄진다는 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5년 연극인들에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던 예술전용공간지원사업을 없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연극인 지원 배제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이를 부활시키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현재 극장을 직접 지원하는 건 서울시의 ‘서울형 창작극장 운영사업’이 유일하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로 2016년 긴급 편성된 이 사업은 당초 12억 원, 27개 극장 지원이었으나 올해 5억 원으로 확 깎였고, 12개 극장만 선정됐다. 소극장협회에 따르면 전국 소극장 수는 200여 개 이르며, 그중 150여 개가 대학로 일대에 분포돼 있다.

pd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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