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아프리카의 흑진주, ‘가나’ 하면 ‘채시라’의 ‘가나 초콜릿’이 떠오른다. 그러나 요즘은 박보검과 걸스데이 ‘혜리’의 ‘가나 초콜릿’ 시리즈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한때 세계 최대의 카카오 생산국이었던 가나는 우리나라와 외교관계 수립 이전부터 ‘가나 초콜릿’이 국내 생산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가나 사람들에게 한국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당연히 자동차, 스마트폰, 각종 전자제품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강국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지난 2014년 BBC에서 조사 발표한 국가별 호감도 보고서에 따르면 가나 국민의 60%가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들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나 에서 한류문화(K-wave)의 인기는 아직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가나에서의 태권도 역사는 우리나라에서의 ‘가나 초콜릿’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특히 제리 롤링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각 군과 경찰에서는 태권도 수련이 거의 의무화돼 매년 독립기념일에는 ‘검은별광장’에서 군인과 학생들의 태권도 시범이 단골 인기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가나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면서 태권도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마침 우리나라의 정부파견사범제도도 폐지돼 태권도 보급은 동력을 잃게 됐다고 한다.
그래도 가나 태권도협회는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던 터라 나는 가나 내 태권도 보급을 문화외교의 주요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우선 기왕에 개최해오던 대사 배(杯) 태권도대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의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다가 착안한 것이 SNS와 영상문화를 활용하는 “I Love Taekwondo Video Contest” 행사였다. 가나 태권도 수련자들을 대상으로 왜 태권도를 사랑하게 됐고, 태권도가 자기들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관해 3분 내외의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공개하고, 이 중 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하기로 했다. 즉, 우리가 아닌 가나인들이 주체가 되어 그들 스스로 태권도에 관한 리얼스토리를 만들게 함으로써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첫 행사가 2015년 11월 개최됐는데 25편이나 되는 작품이 출품돼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움을 느꼈다. 이어 지난해 12월 제2회 행사에는 첫해의 두 배에 가까운 42편이 출품돼 이 행사에 대한 가나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매우 짧은 비디오 클립들이지만 다양하고 공감 가는 휴먼스토리가 소개됐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방황하던 젊은 여학생이 태권도를 배워 교도관이 되고 재소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문제아가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을 찾고 모범생으로 거듭난 이야기, 절망에 빠져 있던 장애인이 태권도 사범이 된 이야기 등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콘테스트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그리고 제2회 대회에서는 각 작품에 사용된 음악도 더욱 다양해져서 ‘독도는 우리땅’, 싸이의 ‘강남 스타일’, 크레용팝의 ‘빠빠빠’ 등의 우리 대중가요나 K-팝도 등장하고 음악에 맞춘 태권도 댄스도 출품돼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가나 초콜릿’이 우리나라에서 가나의 중요한 이미지 메이커이듯 태권도는 가나에서 소중한 우리나라의 문화적 브랜드이다. 여기에 우리의 실증적인 경제발전 업적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가나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는데, 1950, 1960년대 가나와 한국의 경제 수준이 비슷했는데 오늘날 크나큰 격차의 원인과 그 비결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쉽지만은 않은 질문이다.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이론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러한 논리와 분석에 더해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태권도 수련으로 함양한 정신적 자산을 덤으로 언급한다. 상당수의 가나 인사도 동감을 표하면서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자라는 세대에 대한 태권도 수련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제2회 비디오 콘테스트 대회 주빈으로 참석한 가나 체육청장도 가나의 건전한 차세대 육성과 건강한 사회발전을 위해 태권도가 널리 보급되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와 같은 의무 군복무제도가 없는 가나에서는 태권도를 통한 정신수양이 차세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교양 수단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올해 초 새롭게 출범한 가나의 나나 아쿠포 아도 대통령 정부는 한국 따라잡기에 매우 적극적이다. 아무쪼록 ‘가나 초콜릿’이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었듯이 태권도가 가나에서 널리 보급돼 한국의 문화와 정신이 유용하게 확산되고 나아가 차세대 교육과 사회적 단합을 통해 가나의 국가적 발전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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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기(57) △한국외대 독일어과 △아일랜드 더블린 국립대학교 정치경제학 석사 △주싱가포르 2등서기관 △주체코 1등서기관 △외교안보연구원 기획조사과장 △유럽안보협력기구 사무총장 특보 △주체코 참사관 △주카타르 공사참사관 △아프리카중동국 심의관 △주가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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