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전국부 부장

대선을 치르게 될 예비 주자들이 너도나도 지방분권형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은 온통 지방분권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물론 각 지방정부의 의견은 지방의 자치행정·입법·조직·재정권을 보장하는 분권형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에선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성년기’가 됐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다고 하소연한다.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방 소멸론까지 거론되는 위기 상황에 중앙정부가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방주도형 지역발전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분권은 중앙집권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지금 상황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떤 정부 형태가 더 바람직한지를 따지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만, 정부가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선 중앙정부가 더 효율적이지만 각 지역 특성과 다양성을 살린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지방정부가 더 적격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들이 그토록 지방분권형 개헌을 열망하는 데도 소원대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뭘까.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선택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도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 비친 지방정부의 행태는 불필요한 공공사업에 무분별하게 재정을 쏟아붓고, 일부 지자체장의 치적을 의식해 빚까지 져가며 호화 청사를 건립하는 일부 지자체로 인해 ‘철부지’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던 게 사실이다. 지방 재정이 어려운 데에는 복지비 부담을 지방에 전가하는 중앙정부의 탓도 있지만 지자체들의 방만한 재정 운영이 주범이었던 셈이다. 이는 지난 2014년 1월 정부가 지자체 파산제를 검토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최근 문화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기획 시리즈 ‘채무 제로 지자체를 찾아서’를 보면 재정난으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지자체 중에 채무를 모두 상환하고 ‘부채 도시’에서 ‘채무 제로(0) 도시’로 거듭난 곳이 늘고 있다. 이들 지자체가 천문학적인 채무를 갚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일부 지자체는 간부 직원이 기본급 인상분을 자진 반납하고, 일반 직원도 업무 추진비와 초과근무수당, 심지어 일·숙직비마저 많게는 절반 가까이 깎은 곳도 있다고 한다. 우려했던 파산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 이들 지자체의 사례에서 한층 성숙해진 지방자치제도의 모습이 엿보인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극단적 형태의 지방분권 정부가 만들어지긴 힘들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있고, 지방 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지방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분권형 정부의 분권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에 따른 선택과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정책의 패러다임도 지금까지의 ‘형평성’이란 관점에서 ‘효율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형평성 중심으로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하면 특정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가 경쟁력이 커져야 지방자치 역시 발전할 수 있다.

y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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