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없어 서명후 번복 어려워
의문생기면 檢에 일일이 확인
통상적 검토시간의 3배 걸려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오랫동안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기록도 세웠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조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의문이 생기는 부분을 변호인단과 하나하나 상의하며 검찰에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두 번 이상 조서를 살펴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2일 오전 6시 55분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장장 약 21시간 30분 동안 검찰청에 머물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13시간), 노태우 전 대통령(16시간 20분)과 비교해도 월등히 긴 시간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자체는 출석 당일이었던 21일 오후 11시 40분쯤 끝났지만, 조서에 대한 열람·검토 시간이 길어져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겼다.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잡고 있던 시간만 7시간 20분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과 사정 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에 입회했던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작성한 진술 조서를 검토한 뒤에 다시 한 번 본인이 직접 조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 조사가 종료된 후 “22일 오전 2시쯤 조서 검토가 마무리돼 박 전 대통령이 귀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변호인단조차 검찰 조사 마무리 시점까지만 해도 2∼3시간 정도의 조서 검토 시간이 있으면 될 것으로 판단했는데, 결국 예상한 시간의 세 배가량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 측 유 변호사는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조서를 몇 번 봤는지는 상식선에서 판단하시면 된다”고 답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검찰이 한 부의 진술 조서를 건네기 때문에 의뢰인(피의자)과 대리인(변호사)이 순서대로 열람하게 된다”며 “열람하는 과정에서 수정할 것이 있으면 조사를 담당했던 검찰에게 다시 확인하고, 수정이 필요하면 그 부분을 변경한 뒤 그 자리에 서명하거나 날인하게 돼 있어서 내용이 많고 수정할 부분이 많다면 당연히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는 “영상녹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 조서에 변호인과 본인이 서명하면 그 자체로서 법정에서 주요한 증거가 될 수 있고, 그때 가서 진술 조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번복하기도 쉽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을 겨냥한 첫 수사이고, 조서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있는데 대리인들에게만 맡기거나 허투루 검토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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