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설치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설치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알맹이 없는 민주당 경선 토론
기존 입장 반복 비전 제시 못해
시민단체의 검증요구에도 불응
정책 대결보다 이미지 경쟁만


사실상 대선 본선이라고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미래 비전이나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정책 경쟁 없이 기존 주장을 나열하거나 ‘네거티브’ 공방으로 일관하고 있어 ‘알맹이 없는 토론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조기 대선으로 검증 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토론회마저 부실하게 진행될 경우 유권자들의 제대로 된 선택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2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첫 지역 순회 경선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분석한 결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이날 주어진 100분의 토론 시간 중 30분가량은 정치 공세와 네거티브로 시간을 허비했다.

특히 이날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네거티브 공세의 책임 소재를 놓고 격돌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토론 차례가 되자 작심한 듯 ‘찬스 발언’을 신청해 “우리가 함께할 때를 생각해 네거티브만큼은 하지 말자”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어진 후보들의 발언은 결국 상대에 대한 공세로 흘러갔다. 문 전 대표는 “안 후보는 선의의 정치인, 네거티브를 싫어하는 정치인이라고 믿지만, 주변에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분들이 있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문 후보는 점잖게 말하지만, 주변은 (저를) 아프게 계속 때린다”면서 “지지하는 분들이 팟캐스트에 나와 상대 후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고 맞받아쳤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안 지사를 겨냥해 “문 후보가 안보관을 강조하다 약간의 실수를 했는데, 광주 학살세력의 후예인 새누리당 잔당과 손을 잡고 권력을 나누겠다고 주장하는 분이 그 문제를 지적해 놀랐다”고 꼬집었다.

이날 후보들은 대연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일자리정책, 복지정책 등 주요 사안에서 맞붙었지만 대부분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정치 공세를 이어갔을 뿐 새로운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대선주자들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시민단체의 검증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주요 대선 주자의 안보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각 캠프에 설문 조사를 요청했지만, 대부분은 ‘당내 경선으로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초청 토론을 통해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 공약을 들여다볼 계획이었으나 후보자들의 스케줄 문제로 끝내 무산됐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을 제시하면 다른 후보로부터 공격을 당하니 결국 정책보다는 이미지 경쟁으로 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장병철·김다영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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