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81만·李 100만개 등 쏟아내
재원마련 방안도 ‘정부 의존형’
인건비 추가비용은 계산 안해
안희정·안철수·유승민 후보
상대적으로 현실적 정책 장점
내용·재원 구체성에선 부족
주요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창출 공약이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에 치우친 데다 150만 명, 81만 명 등 ‘장밋빛’ 숫자만 나열한 채 재원 확보 방안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 주도의 일자리 사업은 일회성 투자 자금과 달리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매년 지출돼야 하는 비용 특성상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22일 문화일보가 대선주자 일자리 공약 자문 교수진과 주요 주자들의 일자리 공약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주자가 기업의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고용 창출 각론에서는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시장 기능 활성화를 통해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기반 조성과 같은 근본 처방보다는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등 손쉬운 ‘대증적인 처방(anti-symptom policy)’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한시적 예산 투입으로 인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정부 재원 의존형’에 치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 대선주자 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강력한 정부 주도형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웠다. 문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은 임기 5년 동안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찰·소방관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보육·의료·복지 등 공공 서비스 일자리 34만 개, 공공 부문 간접고용 업무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만든 일자리 30만 개 등이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의 안전과 치안, 의료, 교육, 복지 등을 책임지는 공공 부문 일자리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3%인데, 우리나라는 7.6%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OECD 평균의 절반만 돼도 공공 부문 81만 개 일자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 정도 공공 일자리 재원으로 총 21조 원을 추산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재원 마련에 대해 “연간 17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전면 개혁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일자리 예산으로 전환하겠다”며 “정부의 전체 예산 지출 액수가 매년 15조 원가량 증가하는데 (이 중 일부를) 포함하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자문교수단은 이에 대해 4대강 사업 등 투자성·일회성 경비와 인건비가 계속 지출되는 공공 일자리 재정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5년 동안 투입될 21조 원의 재정 외에 그 이후에도 계속 들어가는 인건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81만 개라는 일자리가 ‘공약 부풀리기’ 또는 ‘눈속임’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81만 개의 일자리가 5년 동안 만들어져 그 기간 81만 명의 공공 근로자가 ‘실적’이 되겠지만, 이들의 평균 근로기간을 35~40년 정도로 잡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1년에 2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자문교수단은 “이 정도 일자리는 청년 실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치인 데다 공공 일자리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그만큼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전체 일자리 숫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자문교수단의 냉정한 진단이었다.
심 대표는 공공 부문 50만 개, 청년고용 의무할당제 5%를 적용해 36만4000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30만 개 등 모두 100만 개+알파(α)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소요 재원은 일자리 창출 예산 17조 원과 사회간접자본(SOC)예산 22조 원 등을 재조정하고, 34조 원에 달하는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해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시장은 초과근로 포함 주당 52시간 근무 준수로 50만 개,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내수경제 활성화로 20만 개, 사회복지와 교육 등 공공 부문 19만 개 등 모두 100만 개 일자리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 중 기본소득제의 재원은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 방지 등을 통한 중앙정부의 재정관리 강화로 30조 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심 대표의 공약에 대해 자문교수단은 “경제 원리보다는 ‘할당’에 초점을 맞춘 강제성 대증적 전략으로 일관해 실효성과 지속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제는 상당한 경제 효율성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전형적인 재분배 정책”이라며 “재분배 정책이 소비를 늘려 고용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경제 원리상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일자리 공약은 민간 주도형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자문교수단 내에서 이들 주자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가 나왔다. 일자리 창출 규모가 제시되지 않은 데다 정책의 구체성과 재원 마련 방안의 현실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다. 반면 세 주자 모두 각자의 장점을 살려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정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안 지사에 대해서는 “도지사로서 직접 살림과 행정을 책임져 본 경험이 있어 정치 선전적 색깔이 강한 공약보다는 합리적이면서 현실적 시각에 기초한 공약을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공평한 게임의 룰 정립과 혁신형 도전자의 재산권 보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수호돼야 할 개념으로, 이를 강조한 점은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다”고 했다.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정보기술(IT) 벤처 기업 성공 경험 때문인지 창업 생태계에서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방법이 갖는 문제점을 잘 짚었으며, 시장경쟁 질서 확립을 통한 민간 주도의 투자시장을 제안한 점은 다른 주자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 의원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일자리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며 “특히 경제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전반적인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을 잘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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