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타로점·제과 기술 활용
2030 직장인들 생활비 보충
87% “회사에는 숨기고 한다”
전문가 “고용 여건 악화 방증”


홈쇼핑 PD로 근무하는 홍모(28) 씨는 양조전문 기술 교육기관에서 전통주 제조 코스를 수강한 뒤 직접 술을 만들어 팔고 있다. 맛있고 좋은 술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즐기다가 아예 양조법을 배워 지인들에게 술을 판매하게 됐다. 홍 씨는 22일 “앞으로 더 경험을 쌓은 뒤 작은 펍(pub)을 운영하는 꿈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또 홍보회사에 다니는 이모(여·29) 씨는 고등학교 다닐 때 동아리에서 배운 재능을 살려 지난해 11월부터 타로점을 봐주는 일을 겸업하며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 등으로 삶이 팍팍해진 직장인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취미형 투잡’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본업 외에 평소 취미로 즐기던 일을 ‘세컨드 잡’으로 삼아 부가 수익을 얻고 자아도 실현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대학교 계약직 교직원 박모(여·27) 씨는 주말마다 서울 일대 벼룩시장을 찾아다니며 마카롱을 만들어 팔고 있다. 박 씨는 “원래 베이커리를 열고 싶었지만, 수입이 적을 것 같아서 사무직 취업을 선택하게 됐다”며 “평일에 피곤하지만, 주말에 발품을 팔면서까지 두 번째 직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잡족 대부분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 등을 살려 일에 뛰어들었지만, 본업에 지장을 준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세컨드 잡’을 하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실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오해를 받기 싫어서 주변 동료들에게는 투잡을 하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투잡을 꿈꾸는 직장인 대다수가 주변에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지난해 6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1087명을 대상으로 ‘본업 외 투잡을 할 의향’을 조사한 결과, 73.8%가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중 실제 투잡을 하고 있는 118명에게 회사에 공개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자 87.2%가 ‘숨기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업무에 소홀해 보일 것 같아서’(57.8%·복수응답)를 꼽은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첫 번째로 선택한 일자리로 자아실현이 불가능한 데다, 고용 여건도 나빠져 취미를 일로 연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직장을 통해 자아실현이 가능하도록 고용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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