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지역 유권자들은 불편하다.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잠재적 후보들이 ‘나’라는 개인보다는 나와 주변 사람들을 싸잡아 ‘지역’이라는 이름 아래 묶고 있는 것이 불만이다. ‘○○지역 홀대론’ ‘□□지역 대통령’ ‘△△지역의 아들’ ‘◇◇지역의 진골’ 등과 같은 주장은 이웃해 산다는 것을 빼고는 나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역을 매개로 억지 감정을 조장한다.
최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언급이나 주장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은 과거 한국 선거 정치의 주요한 동원 대상이었으며,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자원이다. 막스 베버의 용어를 빌리자면, 지역감정의 동원은 선거 승리라는 후보자들의 목적에 유용한 전략으로 기능하는 한 후보자의 도구적 합리성을 만족시킨다. 따라서 현실적인 선거 경쟁에 나서는 후보는 누구라도 지역감정의 동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감정을 활용한 후보자들의 도구적 합리성 추구가 한국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지역을 단위로 일시적으로 형성된 후보자에 대한 감정적 지지는 해당 지역에 실질적인 혜택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지역적 차별을 두고 한 지역민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지했던 후보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만이 팽배하게 된다.
다른 한편, 지역감정의 동원은 정책 선거의 부재, 일관되고 장기적인 정책 실행의 실패와 연관된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선호를 대변하는 정책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노력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선거 이후 집권한 정당은 단기적인 정책 성과에 매몰되기 쉽다. 야당 역시 집권당의 실패를 견제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잘 정비된 대안 정책을 지니지 않는다. 한국 사회 내 다양한 정책적 대안의 결핍 현상은 여당과 야당 모두 정책 개발보다는 단순한 감정적 호소를 통해 선거에 승리하고자 했던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요즘 각 지역 유권자들은 더 이상 감정에 호소하는 선거 전략을 용인하지 않을 작정이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를 통해 ‘다음번에는 알고 찍겠다’ ‘깨끗하고 책임지는 대통령’을 바란다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강하다. 후보들이 무엇을 약속하는지를 알아보고, 그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후보자를 고르겠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약속과 책임의 내용이 ‘선거 호소용 감정’은 아닐 것이다. 과거와 달리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정책을 가지고 ‘나’를 찾아오지 않는 후보라면 지지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약속한 정책을 집행하는지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오는 5·9 대선에서 후보들은 이러한 유권자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감정의 동원이 후보자의 도구적 합리성을 만족시키는 한 후보자에게 공동체를 위한 가치 합리성을 추구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구체적인 정책 공약을 통해 각 후보가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지, 그러한 공약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할 준비가 된 유권자가 후보자의 선거 전략을 변화시킬 것이다. 선거에서 지역은 어느 사회에서나 승리를 위해 유권자를 동원할 수 있는 하나의 범주임에 틀림없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은 과거 감정적 요인을 통해 동원됐지만, 최근 그 유용성이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유권자 변화에 부응하고 지역감정 동원의 폐해를 종식시킬 수 있는 후보들의 개선된 선거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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