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자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류 색채를 지우는 대신 중국적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CCTV에서 방영 중인 ‘랑두저(朗讀者·낭독자)’다.

지난달 18일부터 CCTV 1번 종합예능 채널과 CCTV 3번 채널을 통해 방송을 시작한 ‘랑두저’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 혹은 유명인을 게스트로 초청해 그들의 얘기를 듣는 토크쇼이자 그들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 글을 낭독하는 프로그램이다. CCTV 유명 아나운서인 둥칭(董卿)이 진행 겸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으로 첫 회는 ‘만남’을 주제로 유명 연예인 푸춘신(복存昕)과 유명 기업가 류촨즈(柳傳志), 미스 월드 장쯔린(張梓琳), 유명 번역가 쉬위안충(許淵沖) 등의 게스트와 일반인들을 초청했다.

이외 최근 ‘젠쯔루몐(見字如面)’ ‘중궈스츠다후이(中國詩詞大會)’ 등의 프로그램도 중국 고유의 문화 콘텐츠 및 문학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이다. 젠쯔루몐은 연예인이 편지를 읽는 형식으로 시대상과 개인의 인생 스토리를 교훈적으로 전달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중궈스츠다후이는 말 그대로 중국의 시와 사에 대한 이해를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호평을 받으며 전면에 등장한 이들 프로그램은 한류 또는 할리우드 문화로 대표되는 외국 문화에 젊은층들이 ‘물드는’ 대신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독서를 권장한다는 취지에 부합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등장과 인기는 ‘중국적 문화 콘텐츠’ ‘소프트파워 굴기(굴起)’를 주창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현재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한편 한류 및 외국 문화 콘텐츠 제한 조치를 취해 온 중국은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빌미로 아예 한국 예능 포맷을 수입해 제작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꿨다.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奔兄弟)’는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이름이 ‘달려라(奔)’로 바뀌었으며 영문명 역시 ‘런닝맨(Running Man)’에서 ‘킵 러닝(Keep Running)’으로 교체됐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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