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마트 ‘피코크’
2013년 식품 브랜드로 재탄생
쿠팡 등 8개 업체와 공급 계약
유명 셰프 채용해 레시피 연구
지역 특산물 연계 상품도 개발
그동안 ‘저가형 상품’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꼭 필요한 기능만을 제공하는 기존 제품의 ‘대체재’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비싼 가격의 다른 상품들과는 질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고, 동종 업계와 경쟁할 때는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항상 화두가 됐다. 그러나 최근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성비’의 개념이 확산하면서 상품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가형임에도 동종 제품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값비싼 제품 못지않은 역할을 하는 상품에 시선이 가게 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신세계는 이 ‘가성비’에서 인정을 받는 1등 제품으로 시장 내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자사 자체 기획 브랜드(PL)상품으로 시작한 이마트의 ‘피코크’는 높은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 등을 바탕으로 기존 PL상품의 틀을 깨고 다른 유통채널로 공급되는 등 명실상부한 이마트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3일부터 신세계 그룹 외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최초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AK플라자 분당점 식품관에 피코크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는 AK플라자 분당점 지하 1층 식품관에 폭 6m 규모의 별도 피코크 상품 존을 구성하며, 지난해 피코크 전체 매출 1위인 피코크 티라미수 케이크, 대표적 맛집 컬래버 상품인 초마짬뽕 등 인기 상품을 중심으로 약 130품목을 선보였다.
기존 PL상품은 타 유통업체와 자사를 차별화하기 위해 경쟁사에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마트는 피코크를 단순히 이마트의 PL이 아니라, 신세계그룹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식품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지난해 타 유통 채널에 상품 공급을 전담하는 피코크 영업팀을 신설해 2016년 한 해에만 총 8개 유통 업체와 신규 상품 공급 계약을 했다.
피코크는 지난해 3월 쿠팡을 시작으로 상반기에는 SK플래닛 시럽, 카카오, 롯데홈쇼핑으로 공급됐고, 하반기에는 옥션과 G마켓, 11번가, NS홈쇼핑에서 선보였다. 이처럼 기존에는 외부 온라인 채널 위주로 피코크 상품 판로를 확대했으나 올해는 AK플라자 분당점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외부 오프라인 채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PL상품의 벽을 넘고 있는 셈이다.
본래 피코크는 1970∼1980년대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던 자체 브랜드 의류 상품이었다. 2000년대 초반 신세계백화점에서 사라졌다가 2013년에 이마트에서 간편 가정식(HMR)을 중심으로 한 식품 PL 브랜드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마트는 그룹 내 계열사인 우수 협력생산업체와 함께 ‘맛’을 최우선으로 삼고, 자체 디자인 팀을 꾸려서 제품 패키지에도 품격과 멋을 더한 식품 브랜드 피코크를 탄생시켰다.
이마트는 피코크의 맛을 높이기 위해 신세계 그룹 내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의 셰프 6명을 채용해 피코크 상품개발팀 산하 ‘피코크 비밀연구소’에서 레시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룹 내 조선호텔·신세계 푸드 등 여러 관계사와의 협업은 물론 순희네 빈대떡·홍대초마짬뽕 등 유명 맛집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해 새로운 상품을 계속해서 개발했다. 올해는 피코크 비밀연구소에 일식, 양식 셰프 2명을 더 충원해 특급호텔 셰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코크의 맛 경쟁력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기존 맛집과의 협업 방식을 진화시켜 지방자치단체까지 연계해 함께 상품을 개발해나가고 있다. 지난 2015년 전북 남원시와 손잡고 피코크 남원추어탕을 출시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전북 부안군, 김인경 바지락죽과 함께 ‘피코크 부안 뽕잎 바지락죽’을 출시했다. 이들 상품의 특징은 해당 지자체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해당 지역에서 나는 원물(남원산 미꾸라지, 남원산 시래기와 부안군 바지락, 부안군 뽕잎, 부안군 쌀 등)을 이용해 출시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16년 하반기에 미슐랭맛집으로 등극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큰기와집, 인천시와 손잡고 피코크큰기와집 간장게장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인천 서해 5도 지역의 꽃게 원물을 이용해 삼청동의 간장게장 전문점인 큰기와집과 협업으로 냉동 간장게장을 개발했다. 이마트는 또 간편 가정식 시장에서 디자인 역시 중요한 선택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문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등 피코크 디자인 역량 강화에도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피코크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는 등 트렌드에 적합한 디자인과 일관성으로 이마트를 찾는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출시 첫해인 2013년 34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피코크는 2016년에는 3년 만에 5배가 넘는 1900억 원을 달성했다. 또한, 운영하는 상품 수 역시 2013년 200종에서 2016년에는 5배로 증가한 1000종을 기록했다. 노브랜드와 함께 이마트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이기도 한 피코크는 베트남·몽골 등지의 해외 점포에서 인기가 많아 지난해 이마트의 전체 PL상품 수출액을 100억 원까지 늘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제작후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 롯데, 포스코, GS칼텍스, 현대중공업, 한진, 두산,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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