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통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민자사업구간 청라요금소 모습.  인천김포고속도로㈜ 제공
23일 개통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민자사업구간 청라요금소 모습. 인천김포고속도로㈜ 제공

서울외곽순환 일산 ~ 장수IC
정부가 건설해 30㎞ 2900원
일산 ~ 퇴계원IC 民資로 개통
36㎞ 구간에 통행료 4800원

인천대교도 1회 통과 6200원
비용 부담에 돌아가면 1시간
운전자 울며겨자먹기로 이용
국토부 “사업자와 인하 협의”


봄 내음 찾아 떠나는 여행의 설렘도 잠시, 꽉 막힌 고속도로에 지치고 요금소를 지날 때마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통해 빠져나가는 통행료에 짜증이 밀려온다. 지금은 운전자의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이 목적지 도착에 가장 빠른 도로를 알아서 검색해 줘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은 덜하지만, 알게 모르게 요금이 비싼 민자고속도로(민자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민자도로를 피해 가도록 내비게이션 기능을 설정할 수 있지만 느긋한 여행길도 돌아가기 싫은 게 운전자 맘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전국 8개 민자도로에 ‘무정차 통행료 납부 시스템’이 적용돼 하이패스 없이도 통행요금이 최종 목적지에서 자동으로 징수된다.

촘촘하게 얽혀있는 전국 고속도로망 중 민간투자사업(BTO)으로 건설돼 민간에서 운영하는 도로는 13곳으로 전체 이용 거리만 575.2㎞에 달한다. 여기에 23일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28.8㎞)이 개통되면서 한국도로공사가 아닌 민간 사업자에게 돈을 내고 다녀야 하는 유료도로는 전국적으로 600㎞가 넘었다. 단일 노선으로 가장 긴 경부고속도로(416㎞)와 동서를 가로지르는 영동고속도로(234㎞)를 합한 것과 비슷하다.

이중 가장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구간은 인천대교다. 규정 속도로 12분이면 건널 수 있는 교량을 한 번 건너는 데 62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수도권 남부와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가려면 비싼 요금을 감수하고라도 인천대교를 건널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약 1시간 거리를 돌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북인천나들목(IC)으로 진입해야 한다. 그래도 통행요금은 일반 고속도로(기준요금)보다 2.8배 비싼 3200원을 내야 한다. 기준요금은 개방형 일반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기본 720원에 1㎞를 갈 때 41.4원이 추가 산정된다.

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에서 인천과 의정부 방향은 양쪽 모두 비슷한 거리지만 통행료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 재정사업으로 건설한 일산IC에서 인천방면 장수IC까지 약 30㎞를 가는데 내야 하는 요금은 2900원이지만 반대로 퇴계원IC까지 36㎞ 구간은 민간 투자사업으로 건설돼 4800원을 내야 한다. 이 밖에도 개통된 지 11년 된 대구∼부산 간 민자도로 역시 비싼 통행료 때문에 여전히 이용자 불만이 높다. 기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거리는 40㎞나 단축됐지만 요금은 2배 많은 1만500원을 내야 해서다.

반면 민자도로가 일반 도로보다 통행요금이 더 싼 구간도 있다. 경수고속도로㈜가 운영자인 용인 흥덕IC에서 강남 헌릉IC까지 통행요금은 기준요금보다 400원 싼 1800원을 받는다. 이용자가 워낙 많은 데다 저금리 상황을 반영해 투자자들이 차입금 이자율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개통한 ‘부산항신항 제2배후도로’(창원∼김해)의 통행요금 역시 1900원으로 기준요금의 1.3배 수준이다. 최근에 개통된 민자도로의 경우 기존 최소운영수익보존금(MRG)을 받아온 도로보다 요금이 저렴해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일반 고속도로와 요금은 별 차이가 없다.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전해주던 기존 BTO 사업과 달리 2009년 이후부터는 사업협약 체결 단계에서 MRG 근거 조항을 넣을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존 민자도로의 경우 사업자가 예측 통행량을 과다 책정해 터무니없이 비싼 통행료를 받고도 정부 예산으로 수익보존을 받아 온 셈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개통 이듬해인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혈세로 부담한 MRG가 1조2854억 원에 달한다. 또 대구∼부산 간 민자도로를 운영하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도 매년 800억 원 넘는 보존금을 지원받고 있다.

정경민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책정이 잘못돼 있어 사업자와의 재협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국토교통부에 민자고속도로 요금을 28∼52%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종 용역보고서를 제출했다. 국토부도 용역 결과에 근거해 민자도로 사업자를 상대로 요금인하 방안을 협의 중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적정 통행요금은 6600원이 아닌 3700원으로 2900원(43%) 인하된다. 또 천안∼논산 구간은 4900원, 대구∼부산은 6300원, 서울∼춘천은 4200원으로 각각 요금이 조정된다.

이우재 국토부 도로투자지원과장은 “서울외곽 북부구간(일산∼퇴계원) 외에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지만 유사한 방향으로 요금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부는 일산∼퇴계원 구간 요금을 올해 안에 현행 4800원에서 최대 2200원으로 인하하는 대신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여 운영 기간을 기존 2036년에서 2056년까지 20년 연장하는 안을 내놨다.

한편 오는 2020년부터는 전국 모든 고속도로에 ‘스마트톨링(Smart-tolling)’ 시스템이 도입돼 요금소가 사라지고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통행료가 징수된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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