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밤 작업개시 7시간만에
시간당3m씩 66개 줄로 올려
반경 1마일 선박접근도 금지
동틀무렵 우측면 윤곽 떠올라
곳곳 구멍·검붉게 변색 ‘처참’
바지선과 1차 고박 작업 착수
한때 선체자세 문제로 중단도
목포이동까지 11일 소요될듯
“스태빌라이저다!”
23일 오전 3시 45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세월호 인양작업을 하던 상하이샐비지 직원과 작업을 독려하던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선미 쪽에 부착된 2개의 스태빌라이저 중 우현 쪽이 보이기 시작한 것. 전날 오후 8시 50분부터 본(本)인양을 개시한 지 약 7시간 만이다. 재킹바지선과 세월호를 연결한 66개의 인양줄에 하중을 정밀 배분해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이들의 마음은 행여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긴장, 설렘으로 뒤엉켜있던 터였다.
인양 현장 주변은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미수습자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해 선체 주변에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그물형 가림막이 설치된 상태다. 창문 250개 등 총 292개의 출입구 전체에 별도로 유실방지망도 설치됐다. 또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50m 간격으로 3중 ‘오일펜스’가 설치됐다. 해경은 방제선 16척(해경 4척, 민간선박 12척)을 현장에 대기시키고 선체에서 미처 제거하지 못한 기름이 유출되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본인양 시작 후 선체를 끌어올리는 속도는 시간당 3m 안팎이었다”고 말했다. 오전 4시 47분에는 해저면으로부터 22m 들어 올려져 선체의 윤곽이 보일 정도로 떠올랐다.
동이 틀 무렵 재킹바지선으로부터 1㎞가량 떨어진 인양지원 작업선 ‘선첸하오(深潛號)’에 탑승한 기자들의 눈에도 손가락 마디만 한 검은 갈색의 세월호 선체가 불쑥 솟은 모습이 보였다. 이날 새벽부터 인양 현장은 적은 양의 비가 흩뿌리고 바람도 전날보다 차가웠지만 인양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오전 7시쯤부터는 세월호와 바지선 간 1차 고박(固縛·단단히 붙들어 맴) 작업이 시작됐다. 세월호 오른쪽 측면은 곳곳이 긁히고 녹슬어 있는 부분이 많았다. 선실의 유리창 말고도 인양 작업을 위해 뚫은 것으로 보이는 구멍들도 나 있었다. 패류 등 바다 생물이 붙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검붉게 변색돼 있었다.
그러나 1차 고박을 완료한 시점에 문제가 발생했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선체 자세가 변동됨에 따라 재킹 바지선 인양줄과 세월호 선체 간 간섭현상이 발생한 것. 이에 따라 선체를 해저면에서 24.4m 들어올린 시점에서 인양 작업이 잠시 정지됐다. 이철조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은 브리핑에서 “세월호 선체의 자세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하면서 오늘 오후 늦게 또는 저녁에나 목표했던 수면 위 13m(해저면으로부터 35m)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체가 수면위 13m로 끌어올려진 뒤에는 세월호와 바지선을 더욱 단단히 묶는 2차 고박 작업이 이뤄진다. 해수부 매뉴얼은 세월호를 목포신항에 거치하는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앞으로 11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 위의 계획된 위치로 재킹바지선 및 세월호를 이동시키는 데 하루 반, 재킹바지선을 철수시키고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고박하는 데 나흘 반이 걸릴 예정이다. 이어 반잠수식 선박을 목포신항으로 이동하는 데 하루, 선체 하역 준비에 사흘, 실제 거치에 하루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세월호가 2014년 4월 16일 사고 발생 이후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지난한 과정을 거쳐 육지에 안착해야만 ‘완전 인양’이 끝나는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가 가장 작은 소조기가 24일로 끝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소조기 전에 반잠수식 선박 위에 세월호를 얹어놓아야 향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정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진도=정우천 기자 sunshine@, 공동취재단
그래픽 = 전승훈 기자 j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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