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엮어 ‘문재인 때리기’
진보로 기울어진 대선판 복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계열 정당들이 일제히 노무현정부의 실책을 거론하며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양당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선판을 좌우 진영 대결로 몰아 반전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23일 한국당과 바른정당 회의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권 시절 기자실에 대못을 박고 언론 편을 갈랐으며 친노(친노무현) 방송을 만들었다”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던 때는 정권 차원의 언론탄압이 벌어진 언론계 암흑기”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국당 및 친박(친박근혜)계와 각을 세워온 바른정당도 문 전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불법대선자금으로 113억 원을 받았다”고 했고, 김무성 의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 불법자금의 10%가 넘으면 사퇴하겠다고 약속해놓고 10%가 넘었는데도 사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탄핵 정국이 일단락된 만큼, 대선 구도를 ‘보수 대 진보’ 프레임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51%대 48%로 팽팽하게 맞붙은 데다, 한국갤럽의 3월 14~16일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자 이념성향 비율이 진보(36.9%), 중도(29.1%), 보수(26.3%)로 나타나자 “여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당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보수’ ‘진보’ 대신 ‘좌파’ ‘우파’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보수층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큰 ‘좌파’ 단어를 활용해 보수층 결집을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지사는 “우리 국민을 좌파와 우파로 나누면 5대 5 정도”라며 “우파가 결집하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홍 지사의 거듭된 막말도 이러한 좌우 대결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좌우 대결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고리”라며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한 프레임으로 묶기 위해 막말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희·이정우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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