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前대통령 조사 뒤 첫 언급
“청구하기로 한듯” 해석 나와
檢 “원론적 수준 발언일 뿐”

大選 영향·국민여론 등 고려
불구속 기소 결정 배제 못해
27~28일 영장여부 결단 유력


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련, “그 문제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이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김 총장의 출근길 발언은 그동안 구속과 불구속 전망이 엇갈리던 판세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중 모드’를 유지하며 영장 청구 여부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던 김 총장이 영장 청구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그가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마친 하루 만인 이날 굳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입장 표명을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영장 청구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총장이 영장 청구 결단을 내리면, 그 시기는 다음 주 초인 27∼28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다른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법과 원칙’과 ‘수사 상황’만을 생각한다면, 구속 수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13개에 이르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이 같은 혐의와 관련한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범죄를 저지른 청와대 참모진과 장·차관도 다수 구속됐다. 재경 지검 소속 한 검사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크게 고려해도, 박 전 대통령 건은 수사 논리상 구속수사가 자연스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내에서는 “구속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반면에 김 총장의 발언을 ‘원론적 입장 표명’으로 봐야 한다며 선을 긋는 의견도 있다. 총장이 ‘외부 요인’에 해당하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 대선 국면에 들어선 정치권 상황, 국민 여론 등을 언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자들의 반복된 질문에 모범 답안 격인 ‘법과 원칙’을 내세워 답변했다는 해석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검찰이 일부러 나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도 “정말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총장 발언도 그저 원론적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다음 주 초에 결단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내부적으로 수사 결과를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 총장의 검토 시간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이번 주 영장 청구 결정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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