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와 같은 형태로 상영되는 ‘재개봉 영화’에 관객들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며 재개봉 붐이 사그라들었다. 사진 왼쪽부터 ‘이터널 선샤인’ ‘델마와 루이스’ ‘밀리언 달러 베이비’ ‘노트북’.  각 수입사 제공
개봉 당시와 같은 형태로 상영되는 ‘재개봉 영화’에 관객들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며 재개봉 붐이 사그라들었다. 사진 왼쪽부터 ‘이터널 선샤인’ ‘델마와 루이스’ ‘밀리언 달러 베이비’ ‘노트북’. 각 수입사 제공
‘이터널 선샤인’ 49만명 대박
너도나도 명작 찾아 극장올려

상영관 잡기 경쟁 치열해지고
내용 변한 것 없자 관객 외면

올 재개봉‘블랙’1만3000여명
‘사운드오브…’는 8000명불과


최근 몇 년간 극장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재개봉 영화’ 시장의 거품이 빠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시 상영된 ‘이터널 선샤인’과 ‘500일의 썸머’ 등이 과거 개봉 당시 거뒀던 성적을 뛰어넘으며 선전하자 영화 수입사들이 앞다투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상영관 잡기 경쟁이 치열해졌고,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며 재개봉 바람이 사그라들었다. 또 재개봉 열풍 초기에는 화질이 향상된 리마스터링 버전이나 감독판으로 재개봉했으나 최근 재개봉 영화는 대부분 개봉 당시와 같은 형태로 상영돼 관객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201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재개봉 영화는 2013년 34편(한국영화 6편·외국영화 28편)에서 2014년 65편(한국영화 12편·외국영화 53편), 2015년 45편(한국영화 12편·외국영화 33편), 2016년 90편(한국영화 6편·외국영화 84편)으로 4년 새 약 164% 증가했다. 영진위는 당해 연도 개봉작이 아닌 작품 중 전년도 이월작품을 제외하고, 총 40회차 이상 상영한 작품을 재개봉 영화로 분류한다.

2015년 12월 재개봉된 ‘이터널 선샤인’이 49만 명을 모으며 소위 ‘대박’을 터뜨리자, 싼 값에 구매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영화 찾기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에는 영화 ‘노트북’이 약 18만 명을 동원하며 2016년 개봉된 재개봉 열풍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는 ‘노트북’의 주인공을 맡았던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인기가 신작 ‘라라랜드’ 붐을 타며 동반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마저도 ‘이터널 선샤인’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특정 이슈와 맞물리면 홍보 효과가 배가되지만, 좋은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관객들이 반드시 다시 찾지는 않는다”며 “재개봉 영화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도 ‘명작’으로 분류되는 재개봉 영화들이 잇따라 소개됐지만 별다른 관심은 끌지 못했다. 1월 개봉된 ‘빌리 엘리어트’가 2만4204명을 모은 것이 최고 성적이다. 2월에 나란히 개봉된 인도 영화 ‘블랙’과 고전 ‘사운드 오브 뮤직’은 각각 1만3373명, 8882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 외에도 ‘델마와 루이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이 모두 채 1만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는 “극장은 ‘돈이 될 영화’에 상영관을 배정한다. 재개봉 영화는 흥행을 점치기 어렵기 때문에 적은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해 반응이 좋으면 상영관을 늘린다”며 “하지만 재개봉 영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1∼2년 전과 비교해 호의적이지 않아 상영관을 늘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통상 재개봉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1만 명 안팎이다. 그러나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며 최근 유명 영화의 재개봉 구매 비용이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결국 재개봉 영화의 강점인 가성비가 약화된 셈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유명 재개봉 영화 때문에 상영관 확보가 어려웠던 소규모 다양성 영화 제작자들의 아우성이 컸다”며 “재개봉 영화 붐이 사그라지며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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