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수 대한민국잠수함연맹 회장 초대 잠수함전단장

서해 북방 한계선(NLL)은 휴전선과 같은 우리의 생명선이며 서해 5도는 안보의 전초기지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곳이다. 6·25 전쟁 이후 북한은 3000여 건에 이르는 도발을 해왔다. 이 가운데 해상 침투 도발이 3분의 1이 넘고 주로 서해에서 이뤄졌다. 최근의 주요 도발 사례를 보면 제1, 2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이 있다.

이렇게 북한의 수많은 도발이 있을 때마다 우리 해군은 피와 목숨으로 우리의 바다를 지켜왔다. NLL이 무너지면 서해 5도가 침탈당하고 서해 5도를 잃으면 우리의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천안함 폭침일을 기준으로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로 정해 전 국민과 함께 서해를 지키다 전사한 장병들을 추모하고 서해 수호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02년 월드컵 3, 4위전이 있던 날,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사격을 가해 참수리 357정이 침몰하고 6명이 전사, 19명이 부상했다. 윤영하 소령은 전투를 지휘하다 적의 총탄에 맞아 전사했으며, 한상국 상사는 최후의 순간까지 타기를 잡고 있었고,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박동혁 병장은 부상한 전우들을 돌보며 싸우다 100곳에 파편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꽃다운 청춘을 접었다. 적의 기습공격에도 불구하고 즉각 응사해 북한 경비정을 대파하고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어 승리한 해전이었다.

2010년 3월 26일 밤 천안함이 백령도 근해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46명이 전사한, 상상할 수 없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평시에 정규 해군 작전세력이 상대국의 영해까지 들어가 군함을 공격한 사례가 없다. 74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잠수정에 의한 폭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많은 증거 중 ‘1번’ 어뢰 관리 번호와 북한 수출용 어뢰 설계도, 그리고 과거에 회수한 북한 훈련용 어뢰가 핵심 증거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국민이 이를 믿지 않고 여전히 좌초설과 잠수함 충돌설을 주장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은 지금도 1000여 문의 지상포와 서해 해군 전력의 80%를 전진 배치하고 있으며, 30분이면 백령도에 도달하는 130여 척의 공기부양정도 근거리에 이전 배치하고 있어 언제든지 서해를 도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5차례 핵실험과 수차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에 성공하여 우리 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SLBM은 잠수함 존재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양상에 따른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전비 태세를 확립하고 있으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체제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서해 수호의 날과 천안함 폭침일을 보내면서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장병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호국’과 ‘보훈’은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다. 보훈 없는 호국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이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장병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한다면 피 흘려,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킬 사람이 있겠는가. 희생 장병을 추모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자체 즉, 북한의 만행과 도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참수리 357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태극기가 수중에 가라앉았다는 치욕을 결코 잊지 않는 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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