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먹방 ‘윤식당’
‘꽃보다…’ + ‘삼시세끼’ 결합
외국인에 韓食 알리기 의미도

추리+음방 ‘복면가왕’
복면 쓴 출연자 맞히기 ‘성공’
배우 등 非가수 ‘반전의 매력’

강의+토크 ‘어쩌다 어른’
역사·철학 등 인문학 열풍 반영
강의 고수 내세워 배우는 재미


예능의 흐름은 자주 바뀐다. 대중의 까다로운 취향 탓이다. 지난 5년간은 ‘육방’(육아 방송), ‘음방’(음악 방송), ‘먹방’(먹는 방송) 등이 바통을 주고받듯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뛰는 대중’ 위에 ‘나는 제작진’이 있다.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예능은 또 다른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 요즘 화두는 ‘복방’(복합 방송)이다. 그동안 인기를 얻은 여러 요소를 합친 일종의 ‘결합 상품’인 셈이다.

◇여행에 먹방을 더하다 = 24일 첫 방송이 나간 나영석 PD의 케이블채널 tvN 새 예능 ‘윤식당’은 시청률 6.21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해 합격점을 받았다. 배우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가 인도네시아 발리에 한식당을 차리고 운영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윤식당’은 나 PD의 대표작인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를 합친 버전이다. 두 시리즈에서 두각을 보였던 윤여정, 신구, 이서진 등은 다시금 나 PD와 손을 잡고 ‘꽃보다…’처럼 여행지로 가서 ‘삼시세끼’처럼 직접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배경이 발리로 바뀌니 음식을 먹는 이들이 외국인으로 치환됐다. 이 식당의 주메뉴는 불고기. 세계인에게 한식을 알린다는 것으로 의미를 담았다. 나 PD는 “제가 했던 프로그램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다만 식당을 경영하는 것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많은 외국인들의 문화를 접하고,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식당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새로운 포인트”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어느덧 방송 1주년을 앞둔 KBS 2TV ‘배틀트립’ 역시 출연진이 세계 각국을 돌며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한다.

◇들으며 생각한다 = 오는 4월 2일 2주년 특집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일밤-복면가왕’은 ‘음악 소재 예능’으로만 분류한다면 뒤늦은 시도였다. 하지만 출연진의 얼굴에 가면을 씌우는 ‘신의 한 수’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예능으로 탈바꿈했다.

대중은 귀로 음악을 즐기며 머리로는 가창자의 정체를 추리한다. 가창자 입장에서는 듣는 재미 외에 보는 재미까지 선사할 수 있으니 가창력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대중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나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배우, 개그맨, 스포츠맨 등도 과감히 도전한다. 이런 ‘의외성’이 ‘복면가왕’의 묘미다. 이흥우 MBC 예능본부장은 “대중이 남자 가수를 여자로 착각하고, 외국인이 한국인처럼 노래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라며 “기존 음악 예능에 추리를 가미한 ‘반 보’ 앞선 기획을 선보인 것이 성공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수와 모창 가수를 구별해내는 JTBC ‘히든싱어’와 립싱크 가수의 정체를 밝히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역시 같은 맥락을 가진 음악과 추리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웃으며 배운다 = 인문학 열풍은 TV에도 영향을 끼쳤다.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는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또 다른 방식으로 변주해 강의와 예능을 접목했다.

선두주자는 tvN ‘어쩌다 어른’. 한국사 열풍을 몰고 온 설민석을 비롯해 김미경, 최진기, 김창옥, 김태훈 등 ‘말하기 고수’ 등을 내세워 ‘듣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있습니다’는 강의를 골자로 하되, 적극적인 질문을 통해 화자와 청자의 긴밀한 소통을 강조한다. 이 외에도 tvN ‘동네의 사생활’은 우리 삶의 공간인 동네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트렌드, 철학과 고전, 건축과 종교 등을 짚으며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인문학을 설파하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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