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주는 꽃을 그린다. 탐사하듯 치밀하게. 그런데 여기에 담은 이야기는 심오하다. 생명의 순환을 꽃의 생리로 말한다. 꽃은 생명을 잉태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다. 생명 순환의 고리다. 식물은 낙화라는 통과의례로 이 문을 넘어선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의 청사진을 품은 열매를 맺는다. 꽃 너머 있을 다른 세계. 이를 열기 위해 꽃이 견디는 세월은 혹독하다. 인고의 시간이다. 결국은 자신마저 버린다. 희생의 아름다움. 낙화다. 작가가 꽃을 정성 다해 그리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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