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주, 생명의 시론-새우선인장꽃, 96×80㎝, 비단 위 채색, 2014
고은주, 생명의 시론-새우선인장꽃, 96×80㎝, 비단 위 채색, 2014
가벼운 내용을 쉬운 말로 얘기하면 금방 알아차린다. 그렇지만 맘에 오래 새기지는 못한다. 대중예술이 그렇다. 순수예술은 어떨까. 깊이 있는 내용을 쉽게 말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예술은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표현한다. 심지어 현학적 수사로 치장한 빤한 내용도 많다. 우리 시대 한국 현대미술이 그렇다. 공자는 이미 2500여 년 전에 ‘가장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고 설파했다.

고은주는 꽃을 그린다. 탐사하듯 치밀하게. 그런데 여기에 담은 이야기는 심오하다. 생명의 순환을 꽃의 생리로 말한다. 꽃은 생명을 잉태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다. 생명 순환의 고리다. 식물은 낙화라는 통과의례로 이 문을 넘어선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의 청사진을 품은 열매를 맺는다. 꽃 너머 있을 다른 세계. 이를 열기 위해 꽃이 견디는 세월은 혹독하다. 인고의 시간이다. 결국은 자신마저 버린다. 희생의 아름다움. 낙화다. 작가가 꽃을 정성 다해 그리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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